특목고·자율고 탐방 ⑥ 충남 한일고 - 재학생들이 말하는 학교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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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를 해야만 한일고에서 공부할 수 있어.” 한일고 1학년 김성윤·김은탁군이 강조한 말이다. 이들은 지난 5일 한일고를 찾은 예비지원자 이정현·최정용군을 만나 “한일고 학생이 되면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깨달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군과 최군이 교내 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정용=한일고에서 잘 적응하며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은탁=한일고에 입학하면 나를 챙겨주던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데다 낯선 환경에도 적응해야 해. 그러려면 심신을 스스로 관리할 능력이 필요해. 예를 들어 학교가 외진 곳에 있어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아. 이를 생각한다면 건강이나 학업 스트레스를 스스로 관리·조절할 줄 알아야 하지. 공부는 말할 것도 없고.

성윤=기숙사엔 책상이 없어 말 그대로 잠만 자는 곳이야. 방과 후엔 교실에서 자습하거나 컴퓨터실에서 과제를 해결하거나 교육방송을 보는 등 스스로 공부를 계획하고 실천해야 해.

정현=인터넷 강의도 들을 수 있나요.

은탁=필요하다면 개인 PMP를 사용해 교실에서도 들을 수 있어.

정현=피곤하면 어떻게 하죠.

은탁=저녁 자율학습 때라도 책상에 엎드려 잘 수 있어. 다만 친구에게 몇 시에 깨워달라고 얘기해야 해. 그러면 자율학습을 감독하는 선생님도 혼내지 않아. 그만큼 학생 스스로 책임지고 실천하는 자율성이 중요하니까.

성윤=또래상담소를 찾아 학업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있어. 한일고는 교사 대신 친구가 고민을 들어주는 또래상담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서로 위로하며 동기를 북돋는 거지.
 
집단이 발전하면 개인도 발전

정용=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모인 곳이라 경쟁이 치열하겠어요.

은탁=오히려 그런 점이 공부에 더욱 매진하도록 도와주는 촉매제가 돼. 나태한 마음이 들다가도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 스스로 마음을 다잡게 돼. 내 진학 목표는 경찰대인데, 함께 경찰대 입시를 치를 친구가 많다면 내 학습동기가 강화되거든.

정현=공부하기가 만만치 않겠어요.

은탁=교내만 볼게 아니라 전국 상황을 봐야해. 집단이 발전하면 개인도 발전한다고 한일고 선생님들은 종종 말씀하셔. 눈 앞엔 당장 불안해도 전국모의고사를 보면 실력이 향상된 게 보이니까 안심하게 돼.

정용=내신 시험문제도 어렵겠어요.

성윤=정답 맞히기가 까다로운 것 같아. 수업시간에 배운대로 나오지도 않아. 단순히 옳은 것을 골라라 하면 될 문제를 답을 쓰라고 하거든. 예를 들어 한자성어를 주고 한문으로 쓰라고 하는 식이지.

정현=그렇게 쌓인 학업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죠.

성윤=나는 좋아하는 축구나 농구를 하면서 풀어. 한일고도 기숙사 호실별·학급별 대항전으로 리그전을 장려할 정도야. 그러다 보니 한일고 학생들의 운동 실력은 프로급이야.

정현=수업은 어떤가요.

은탁=국어 수업의 경우 토론도 많이 해. 단원에 맞춰 주제를 정하고 토론·토의를 하는 거야. 사고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많이 돼.

성윤=역사 수업 때도 토론을 해. 일주일 동안 조별로 과제를 조사해 찬반토론을 벌여. 토너먼트로 하니까 경쟁이 치열해.

은탁=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친구들끼리 논의하는 문화도 한일고의 자랑이야. 선생님에게 물어도 되지만 교과별로 잘하는 친구들에게 찾아가면 새로운 해결법을 배우기도 해. 갑론을박을 벌이며 서로 의견을 말하다보면 문제가 해결되거든.

없으면 스스로 만들어 동아리 활동

정현=한일고에 가면 다들 공부만 할 것 같아요.

은탁=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어(웃음). 그런데 공부 말고도 할 게 많아. 전국모임 동아리의 경우엔 학기 중엔 인터넷 카페에서 교류하다 방학 중에 모여서 연합활동을 하기도 해.

성윤=난 의대로 진학해 의사가 되는 게 꿈이야. 그런데 교내엔 생물학 관련 동아리가 없는 거야. 그래서 나와 뜻이 같은 친구들과 모여 브레인 트러스트라는 동아리를 만들었지. 뇌에 관한 영어 원서를 읽으며 공부하는 곳이야.

은탁=인문계열 학생들 사이엔 경제와 정치관련 동아리가 인기야. 이런 동아리에 들어가려면 별도 시험과 면접을 치러야 할 정도로 경쟁이 높아.

정현=임원 선거는 어떤가요.

은탁=한일고 입학시험보다 학생임원 선거가 더 힘들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야. 뜻이 맞는 학생끼리 모여서 선거캠프와 공약을 만들고 공개토론도 해야 하고, 전교생과도 교우관계를 다져야 하거든.

정현=유념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요. 

성윤=무엇보다 입학 전에 명확한 진로와 목표를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해. 그게 공부를 하고 동아리 활동을 하며 교우관계를 높이는 동기가 되기 때문이야.

[사진설명] 이정현·최정용군이 한일고에 재학 중인 김성윤·김은탁군(왼쪽부터)을 만나 학교생활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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