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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능 강화, 피로해소에 특효… 동충하초는 진시황의 ‘묘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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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구에선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가 열리고 있다. 육상대회라 하면 연상되는 버섯이 동충하초(冬蟲夏草)다. 199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세계 육상대회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선수들이 이 버섯을 애용했기 때문이다. 중국 육상 감독 마쥔런이 훈련시켰던 왕쥔샤 등은 이 대회에서 급부상한 뒤 한동안 세계 육상 여자 중ㆍ장거리를 휩쓸었다. ‘마군단(馬軍團)’으로 불리던 그의 선수들은 고산지대에서 강도 높은 훈련과 이로 인한 피로·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동충하초를 섭취했다. 동충하초 드링크를 먹은 선수들의 원기 회복 속도가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빠른 것이 기록 단축으로 이어졌다.

동충하초가 산소 소비량을 억제한다는 것은 실험적으로 증명돼 있다. 중국에서 실시된 연구에선 동충하초가 실험용 쥐의 생체 에너지 수준을 높이고 산소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해 피로를 빨리 해소시키고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충하초라는 명칭부터 별나다. 겨울엔 죽은 곤충의 몸에서 기생하다가 여름이면 풀처럼 돋아난다는 뜻이다. 보통의 버섯들이 흙이나 나뭇가지에서 영양을 취하는 것과는 달리 이 버섯은 동물성 영양분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중국에선 예부터 동충하초를 불로장생의 묘약(妙藥)으로 여겼다. 진시황과 양귀비가 애용했다고 전해진다. 93세까지 산 덩샤오핑이 즐겨 먹은 스태미나 음식인 충조전압탕에도 이 버섯이 들어 있다. 충조전압탕은 오리(또는 닭)의 내장을 꺼낸 뒤 크게 썬 생강ㆍ양파를 배 속에 깔고, 그 위에 동충하초를 적당량(25g) 넣어 만든다. 이어 소금ㆍ후추로 간을 맞추고, 소량의 술로 냄새를 없앤 뒤 한약재(육계ㆍ대추ㆍ정향)를 소량 넣고 물을 부어 한 시간가량 찐다.

동충하초의 원조는 박쥐나방과의 유충에서 얻은 ‘시넨시스’다. 중국의 티베트 등 고원지대에서 자생하는 ‘시넨시스’는 인공재배가 불가능한 자연산 버섯이다. 우리나라엔 이 품종이 자생하지 않는다.

국내에선 90년대 말 농촌진흥청이 눈꽃 동충하초(누에 동충하초, ‘자포니카’)를 개발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포니카’와 ‘밀리타리스’(번데기 동충하초) 등 두 종이 시판 중이다. 하지만 이 둘은 공식 건강기능식품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 두 종의 기능성(효과)·안전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지난 5월 식약청은 ‘시넨시스’에서 유래한 동충하초 발효추출물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처음 인정했다.

동충하초는 피로 해소와 체력 증진 외에 성기능 강화, 암 예방, 혈당 조절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선 이 버섯을 정력제로 처방하기도 한다. 정력ㆍ성욕ㆍ성기능을 관장하는 신(腎)에 양기를 불어넣어 준다고 봐서다. 중국에서 성기능 이상을 호소하는 남성 200여 명에게 이 버섯을 40일간 먹여 보았다. 이 중 65%가 ‘성욕ㆍ성기능이 호전됐다’고 응답했다 한다. 그러나 비아그라 등 약을 복용했을 때처럼 즉각적인 약효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연구에선 사람의 일부 암세포(간암ㆍ대장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밀리타리스 동충하초에 든 코디세핀(아미노산의 일종)이 항암 성분으로 주목받았다. 중국에선 암에 걸린 쥐에게 이 버섯을 먹였더니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가 억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아직 이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동충하초가 암을 예방ㆍ치료한다는 사실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동충하초가 혈당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국내에서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동충하초는 값이 비싸다.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인 복용법은 믹서로 간 뒤 두유에 타서 마시는 것이다. 양은 체중이 50㎏인 사람은 하루 5g, 70㎏인 사람은 7g 정도가 적당하다. 한약을 달이듯이 달여서 마시거나 술로 만들어 복용하는 것도 괜찮다.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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