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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 때 조수미 ‘달의 아들’ 노래 맞춰 인공달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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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 참가자들이 25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드레스 리허설에서 붓글씨로 형상화된 달리는 선수의 모습을 긴 조각 천을 잇대어 표현해내고 있다. [대구 로이터=뉴시스]


적막에 싸인 대구스타디움. 웅장한 범종 소리가 울려 퍼진다. 경쾌한 풍경 소리와 대금의 선율이 스타디움을 정화시킨다. 그라운드에 자리 잡은 흰색 한복 차림의 무용수 150명이 일제히 다듬이질을 시작한다. 똑딱똑딱, 똑딱똑딱…. 다듬이질은 어느 사이 리듬을 타고 넘어간다.

 65억 지구촌을 향하여 띄워 보내는 대한민국 대구시의 메시지. 육상 경기의 아름다움과 힘찬 기운, 그리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 개막식은 그렇게 시작된다. 대구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고문인 이어령(77) 중앙일보 고문은 “다듬이질은 정화요 화합이다. 세탁한 하얀 이불보를 다듬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아무리 어려운 지간인 시어머니와 며느리도 다듬이질할 때만은 하나가 된다. 경쾌한 다듬이질 소리는 선수들의 심장 고동과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지를 박차고 인간 한계를 향해 달리는 선수들의 엔진이 개막식부터 출력을 높이는 셈이다.

 25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공개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 리허설은 한국의 이미지로 가득했다. 다듬이질 소리가 절정을 이룰 때 전광판에는 역동적인 붓놀림으로 육상의 개별 종목이 형상화된다. 개막식 출연진이 등장하는 무대는 경사가 있을 때 축하의 뜻으로 세워지는 솟대로 장식돼 있다.

 다듬이질 소리의 여운이 남아 있을 무렵 한국이 낳은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49)씨의 애잔한 노래 ‘달의 아들’이 경기장을 사로잡는다. 월계수가 우거진 승리의 숲을 지나면 남쪽 스탠드 전광판 위로 커다란 달이 뜬다. 구름에 가린 듯 사라진 달은 이내 보름달로 모습을 드러내더니 스크린으로 변신한다.

 크레인을 통해 허공에 걸린 인공 달은 지상에서 쏘아올린 영상을 받아 역대 육상 영웅들의 면면을 소개한다. ‘달의 아들’은 조수미씨의 파워풀한 열창으로 치달아 육상 영웅들의 모습을 더욱 빛낸다.

 개막식은 고 손기정 선생의 월계관으로 절정에 다다른다. 아리랑 음률과 함께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역주하는 손기정 선생의 흑백 영상이 교차한다. 손기정 선생의 영광은 대구스타디움에서 되살아난다. 75년 전 올림픽에서 우승한 뒤 받은 월계수를 옛 양정고 자리에 심은 나무는 이제 거목이 됐다. 무대에 등장하는 100여 명의 무용수는 월계수로 장식돼 있다. 거목에서 따낸 실제 월계수 잎이다.

 개막식은 모음·다듬·깨움·띄움·돋움이란 5개의 주제로 이어진다. 관중들의 응원을 유도해 분위기를 띄우는 식전행사가 모음이다. 다듬이질로 분위기를 정화하고 무용수들의 화려한 율동과 각국의 국기가 입장해 정적을 깨운다. 보름달이 뜨고 손기정 선생의 월계수가 새롭게 돋아나 절정에 이르면 국민가수 인순이(54)씨와 허각(26)씨의 대회 주제곡 ‘Let’s go together(함께 가자)’ 열창으로 개회식은 끝이 난다.

대구=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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