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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44사이즈 여성, 왜 아동복 코너 기웃거리나 했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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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수선 하나 안 하고 입을 수 있다면’. 평균보다 작거나 마른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바람을 가졌을 터다. 그래서 일부 ‘아담족’ 중엔 아예 아동복을 즐겨 입는 이들도 있다. 공략대상은 주로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키즈 라인. 아동복이지만 사이즈가 어른이 입어도 될 만큼 넉넉한 데다, 원색이나 귀여운 디자인을 탈피한 옷이 많아서다. 가격까지 어른 옷보다 싼 ‘쇼핑의 오아시스’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1m70㎝ 키에 44사이즈를 입는 모델이 의상·구두·소품 등을 모두 키즈라인에서 골라 입었다. 1 원피스가 약간 짧다 싶을 땐 레깅스와 짝 지으면 된다. 2 아동복이 핑크 일색이라는 편견을 버릴 것. 캐멀·검은색 등 세련된 색상의 디자인도 많다. 3 체크 레깅스와 셔츠는 요즘 트렌드인 클래식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4 사이즈가 넉넉하게 나오는 니트류는 보통 체격이라도 잘 맞는다. [촬영협조: 자라·H&M 모델: 변정은(에스팀) 헤어·메이크업: 바이라]


“수선 안해도 바로 입을 수 있어 좋다”

11일 오후 서울 명동 엠플라자 자라 키즈 매장. 거울에 비춰 옷을 대보는 여자들이 서너 명씩 보인다. 매장 측은 “고객 중 20%는 자신의 옷을 고르는 성인 여성”이라면서 “대부분 44사이즈를 입는 체격”이라고 밝혔다.

매장에서 만난 김효정(31·학원강사)씨도 그중 하나였다. 김씨는 “성인 매장에서 옷을 사면 옷값보다 수선비가 많이 나올 때가 있다”며 “키즈매장에서는 꼭 맞게 입어야 태가 나는 가죽점퍼나 재킷은 특히 자주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옷 고르는 자체가 민망했지만 비슷한 이들이 많은 것 같아 이제는 직원에게 사이즈를 물어볼 정도로 익숙해졌단다. 이수향(36·회사원)씨도 원피스나 티셔츠를 살 때 아동복을 자주 고른다. 상체가 유난히 빈약해 일반 여성복을 입을 땐 가슴·겨드랑이 부분이 크게 파여 신경이 쓰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엔 굳이 사이즈 때문이 아니라도 아동복을 찾기도 한다. 주부 임수진(39)씨는 8살 딸 아이옷을 고르러 왔다가 자신의 옷까지 함께 사게 됐다. 가족 사진 촬영에서 모녀가 커플룩으로 맞춰 입을 옷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임씨는 “아동복을 입는 게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나도 입을 수 있나’ 싶어 옷을 대보곤 한다”고 했다. 가격도 어른옷보다 대개 몇 만원씩 싸 알뜰 쇼핑을 하는 재미가 있다는 게 임씨가 아동복을 찾는 이유다.

옷은 1m70㎝, 신발은 250㎜까지 나와

키즈라인의 사이즈 표기. 키에 맞춘 유럽 사이즈와 만 나이에 맞춘 미국 사이즈가 함께 적혀 있다.

‘아담족’들이 주로 찾는 아동복은 자라·H&M·갭 등의 키즈 라인이다. 대개 14세까지 사이즈가 나오는 데 여아복은 신장 1m58~1m64㎝에 맞춰 제작된다. 우리나라 20세 이상 30대 중반의 성인 여성 평균키가 1m60.4㎝(2010년 지식경제부 발표)를 감안하면 아동복이 아동복이 아닌 셈이다.

신발은 사이즈가 훨씬 커진다. 브랜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50㎜까지 나오기도 한다. H&M 눈스퀘어점 허윤 매니저는 “의류 중 일부는 14세보다 큰 사이즈로 나오는 데 키가 1m70㎝이라도 입을 수 있다”며 “가장 큰 사이즈는 여성복 XS사이즈보다 넉넉하게 나온 제품도 있다”고 말했다. 44사이즈나 엑스스몰을 입는 ‘아담족’이라면 12~13세(1m58㎝) 사이즈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아동복을 왜 이렇게 크게 만들까 싶지만 이는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체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나오기 때문이다. 체격이 큰 서구 아동을 기준으로 삼는 것. 더구나 사이즈 표기가 만 나이로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크기나 길이보다 큰 제품이 많다.

디자인도 어른옷과 다르지 않는 옷이 대부분이다. 헬로키티·미키마우스 같은 캐릭터나 핑크·레이스가 들어간 아동복은 일부 제품에서나 볼 수 있는 정도다. 성인·아동 구분 없이 하나의 브랜드로 나오기 때문에 시즌별로 공통된 컨셉트에 맞춰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아예 같은 디자인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 시즌 자라의 승마바지, 유니클로의 후드 집업은 성인·아동 구분이 따로 없이 출시됐다. 허윤 매니저는 “아동복처럼 보이지 않는 점프수트나 무늬가 강한 레깅스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이 어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꼭 입어보고 사야…치마는 고무줄허리가 안전

처음 아동복을 살 때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골라야 할까. 에스모드서울 정선혜(아동복 전공) 교수가 몇 가지 요령을 알려줬다. 일단 사이즈 표기를 그대로 믿지 말아야 한다. 정 교수는 “상의라도 셔츠냐 카디건이냐에 따라 같은 사이즈도 팔길이나 품이 다르다”며 “바지도 아동복은 어른옷에 비해 밑위 길이가 길어 입어보지 않고는 어떤 맵시가 날지 알 수 없다”고 조언했다.

또 될 수 있으면 라인이 덜 드러나는 디자인을 고르는 게 낫다. 아동복은 아직 성장이 덜 끝난 청소년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치마라면 허리와 엉덩이 사이의 라인을 신경 써서 볼 것. 어른이 허리에 맞춰 입으면 엉덩이가 꽉 끼고, 엉덩이에 맞추면 허리가 남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다. 그래서 치마를 고를 땐 될 수 있으면 고무줄로 된 제품을 고르는 게 안전하다. 블라우스의 경우 가슴 바로 아래에 주름을 잡은 디자인은 움직임이 불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로고가 있는 옷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티셔츠나 재킷에 있는 로고는 가슴이 나온 성인여성이 입으면 살짝 위쪽으로 올라가기 마련. 누가 봐도 아동복을 입은 티가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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