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0만 송이 거래 … 세계 꽃이 모이고 세계로 팔려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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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화훼 경매시장인 네덜란드 플로라홀란드의 알스미어 화훼 공판장 전자경매소 모습. 워낙 이곳을 견학하려는 사람이 많아 바깥에서 대형 유리창을 통해 경매 광경을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여기 모인 경매인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인터넷으로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런 첨단설비 덕분에 1분에 4130유로(629만원)어치 원예작물이 거래된다. [플로라홀란드 제공]


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 남쪽의 소도시 알스미어. 세계 최대의 꽃 경매장으로 유명한 플로라홀란드의 화훼공판장이 자리 잡은 곳이다. 1층짜리 건물의 바닥면적이 99만㎡(약 30만 평)에 달해 단일 건물로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 주말 빼고 매일 열리는 경매일 기준으로 하루 2000만 송이의 꽃이 거래된다.

 오전 7시 공판장 방문자센터에 도착했다. 이른 시각임에도 이미 몇 명이 입구에서 견학 개시 시각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키폴 공항에서 알스미어로 직행했다는 한 이스라엘 청년은 “볼 만하다는 추천을 받고 관광하러 왔다”고 했다. 실제로 이곳 공판장은 잘 알려진 ‘관광지’이기도 했다. 어른 5유로, 어린이 3유로의 입장료를 내는데도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넘쳐난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안내를 맡은 방문자센터의 나타샤 반 데 폴더는 “견학 코스 중간에 일본어, 중국어 안내문이 걸려 있을 정도로 아시아 손님도 많다”고 했다.

 돈 내고 구경오게 하는 경매시장 플로라홀란드는 뜻밖에도 협동조합이었다. 이 회사 최신 연차보고서의 커버에는 회사의 주인인 어느 생산자 조합원 사진이 커다랗게 실려 있었다. 플로라홀란드의 첫 경매는 꼭 100년 전인 1911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협동조합인 만큼 설립 목적은 분명했다. 조합원들이 생산한 원예작물을 비싸게 팔아보자는 취지였다. 협동조합이 어떻게 이렇게 강한 브랜드를 가질 수 있었을까. 반 데 폴더는 “우리가 왜 강하냐고요? 간단해요. 합치고 모으고 나누고… 이게 바로 협동조합의 기본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자경매소였다. 경매 물품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쉴 새 없이 들어오고 대형 전광판에는 시계 모양의 화살표가 움직였다. 수십 명의 트레이더가 환호와 탄식,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반 데 폴더는 “이 경매에는 경매소 바깥의 트레이더들도 인터넷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일반 개인도 일정 금액을 맡기면 경매에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는 협동조합이라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창업가 정신’을 중시한다는 점도 회사의 공식 자료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정보통신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은 것도 브랜드의 힘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농산물인 꽃을 크기·둘레·색깔 등에 따라 마치 공산품처럼 규격화한 점도 경쟁력을 키웠다.

 플로라홀란드는 협동조합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이익 창출에 주력하지 않는 서비스 제공회사”로 규정했다. 하지만 여느 주식회사와 비슷하게 합병을 통한 몸집 키우기에 주력했다.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협동조합의 규모화’가 제대로 진행된 셈이다. 1987년 꽃 경매장인 베르켈과 웨스트랜드가 협력을 시작해 92년 결국 합병에 성공해 ‘블루멘베일링 홀란드’가 탄생했다. 이 회사는 다시 2002년 블루멘베일링 플로라와 합병해 ‘플로라홀란드’가 됐고, 그 후로도 합병이 이어졌다. 2006년부터 시작된 네덜란드 양대 꽃 경매장인 플로라홀란드와 블루멘베일링 알스미어의 합병 노력은 2008년 결실을 보았고 마침내 지금의 플로라홀란드가 탄생했다.

알스미어(네덜란드)=서경호 기자

플로라홀란드

■ 화훼 전문 협동조합

■ 알스미어 등 네덜란드 5곳에 화훼 경매장

■ 독일에 합작회사 1개

■ 연간 거래 규모 : 40억 유로(6조원) 이상

■ 경매장 1분당 거래 규모 : 2010년 4130유로(629만원)

■ 조합원 : 5000명

■ 임직원 : 4155명

■ 주요 수입국 : 케냐·에티오피아·이스라엘·에콰도르·독일

■ 주요 수출국 :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

자료 : 플로라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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