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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 의궤, 오늘부터 일반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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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영조정순후가례도감의궤』(1759) 중 왕비를 맞으러 가는 행렬을 그린 반차도. 영조는 정성왕후 3년상을 마친 후 66세의 나이로 15세 정순왕후와 가례를 올린다. 친영 행차에 왕의 가마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반차도다. 이전까지는 왕이 직접 가지 않고 사신을 보내 왕비를 모셔왔다. 50쪽에 이르는 이 반차도에는 말 379필, 인물 1299명이 등장한다.

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儀軌)가 19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조선왕실의 주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남긴 기록문화재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는 ‘145년 만의 귀환,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을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9월 18일까지 연다. 외규장각 의궤 71점과 국내 소장 의궤류 및 관련 유물 등 총 165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총 6부로 구성된다. 1부는 왕이 보도록 고급스럽게 제작한 어람용(御覽用)과 여러 곳에 나누어 보관한 분상용(分上用)을 나란히 비교하면서 시작된다. 영조의 맏아들 효장세자를 왕세자로 책봉하는 과정을 기록한 『효장세자책례도감의궤(孝章世子冊禮都監儀軌)』(1725) 중 어람용은 고급 초주지(草注紙)에 붉은 인찰선(印札線)을 긋고 등장인물도 일일이 손으로 그린 후 안료를 다양하게 칠했다. 책을 펼쳐본 흔적도 없어 막 만들어낸 새 책 같은 느낌을 준다. 반면 분상용은 반복되는 인물을 도장을 찍어 배치하고 색상의 변화도 없어 한눈에 비교해도 완성도가 떨어진다.

 2~6부는 의궤를 내용별로 구분해 보여주는 코너다. 2부 ‘왕권과 통치’는 종묘제례, 친경(親耕·농사를 권유함), 녹훈(錄勳·유공자 포상) 등과 관련된 의궤를 보여준다. 3부는 ‘나라의 경사’로 혼례·책봉 등에 관한 의궤를 보여준다. 3부 마지막은 반차도(班次圖·행렬그림)를 입체적인 대형 영상으로 구현해 눈길을 끈다.

다만 영상에서 의궤 표지 이미지는 장렬왕후에게 존호를 올리는 과정을 기록한 『존숭도감의궤(尊崇都監儀軌)』를 사용하고, 내용은 『영조정순후가례도감의궤(英祖貞純后嘉禮都監儀軌)』에서 영조가 왕비를 직접 맞으러 가는 행렬을 그린 친영(親迎) 반차도를 보여주는 점은 다소 의아하다.

이밖에 왕실의 장례, 숙종의 일생과 의궤, 병인양요를 기록한 프랑스의 서적 등을 볼 수 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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