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지에 교수 인터뷰] "지식경영 중추는 중간간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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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오지에 교수는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의 요체는 바로 지식창출(Knowledge Creation)에 있다" 며 "정보통신기술이나 교육은 조직내에서 지식을 만들어내는도구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 말했다.

- 지식경영과 지식창출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지식창출이란 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각자 내면에 갖고있는 자신만의 지식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밖으로 끄집어 내는 것을 말한다. 지식경영이란 한마디로 그같은 지식창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게 조직내 분위기와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 지식경영이 관심의 초점으로 등장한 이유는 무엇인지.

"기업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품도, 기술도, 기업전략과 구조도 맘만 먹으면 뭐든지 베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다른 기업이 쉽게 베낄 수 없는 단 한가지가 바로 조직내의 사람이고 그들이 가진 지식이다. 그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고 쓸모있는 기업자산으로 구축하는가에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이 달려 있는 것이다"

- 조직내 지식창출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된 성공사례를 든다면.

"마이크로소프트(MS)를 예로 들어보자. 기술이나 공정이 갈수록 복잡해지다보니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신참 엔지니어가 입사해 프로그램 제작과정을 이해하는데 2년,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주도할 수 있는 팀장이 되려면 이후 3~4년이 더 지나야했다고 한다.

하지만 MS가 신·구세대 엔지니어들이 자유롭게 모여 서로가 가진 지식을 공유하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그 시간이 각각 6개월, 18개월로 줄어들 수 있었다"

- 조직원들이 각자 가진 지식을 공유한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대개 첨단기업일수록 정보공유에 더욱 폐쇄적이다. 내가 아는 한 유럽의 통신회사 대표는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컴덱스(Comdex)에 갔다가 망신을 당했다.

이 회사 부스 3곳 중 2곳에서 거의 같은 제품을 전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부서에서 회사내 동료들에게도 극비에 부친 채 똑같은 제품을 개발하다보니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이 회사는 이후 e메일을 통한 사내정보 공유를 적극 권장하기 시작했다"

- 기업이 지식창출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입사한 지 10~15년된 중간관리자(Middle Manager)들을 잘 활용해야한다. 이들은 본인들 스스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많이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이 지닌 지식의 내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입사한 후 25년 이상된 최고경영자(CEO)는 업무현장의 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조직이 보유한 지식을 최고 경영진의 경영전략 수립에 연결시켜줄 수 있는 '끈' 이 바로 중간관리자인 셈이다."

- 구조조정을 내세워 행해진 대량 감원에는 비판적인 입장이라는데.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대량감원을 하며 조직내 지식창출의 핵심인 중간관리자들을 주로 해고했다. 어리석은 일이다. 감원으로 당장은 경비가 덜 들지 모르지만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나 신뢰감이 약화돼 지식창출 동기가 크게 줄어든다. 결국 장기적인 경쟁력은 더 떨어진다는 얘기다."

- 한국 기업들에게 해줄 조언은.

"미국식도 일본식도 아닌 한국식의 지식경영 모델을 만들어야한다. 한국의 경우 오랜 전통을 가진 나라이다보니 계량화, 표준화할 수 없는 지식이 많이 잠재된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기업이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발굴하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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