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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공단 200억짜리 자동차 검사소 … 급브레이크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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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교통안전공단이 200억원의 예산으로 짓고 있는 마포구 상암동 자동차검사소 건설현장. 국토해양부가 16일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김도훈 기자]


국토해양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이 회계부정·카드깡 혐의에 이어 세금낭비 의혹까지 받고 있다. 기존 자동차 검사소 인근에 200억원짜리 신규 검사소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편법·탈법이나 각종 비리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국토해양부는 중앙일보의 취재 내용을 파악한 뒤 16일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공단은 지난해 4월 상암동에 200억원의 예산으로 통합전산센터와 자동차검사소를 짓기로 했다. 통합전산센터는 자동차 신규 등록에서 폐차처리까지 전 과정을 전산화시키는 시설이다. 상암자동차 검사소는 ‘친환경·명품’ 검사소로 만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연면적 9700여㎡의 지상 3층, 지하 2층 규모로 2월 착공했고 내년 3월 완공된다. 그러나 이 검사소는 중복투자다. 인근 성산 자동차검사소까지 직선거리로 2㎞ 남짓, 자동차로는 불과 7~8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성산검사소도 검사 목표치를 채우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데도 수백억원을 들여 또 검사소를 만들 필요가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민과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공단은 전국적으로 57개 자동차 검사소와 60여 개의 출장 검사소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용자의 70%는 민간 위탁 자동차 정비소나 서비스센터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 검사를 민간에 위탁한 이후 검사소가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게다가 검사 항목을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뀔 예정이다. 그런데도 최첨단을 내세운 검사소가 또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사업추진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은 연면적 1000㎡를 초과하는 건물을 신축할 때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인구집중 유발 시설의 수도권 신설을 제한하자는 취지다. 상암동 신축건물은 이 기준을 넘어서는데도 심의를 받지 않았다. 공단 관계자는 “상암 검사소는 수도권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니며, 통합전산센터는 930㎡로, 1000㎡를 넘지 않기 때문에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이 사업은 당초 공단 본부의 경북 김천 이전에 대비해 본부에 있는 전산센터를 상암동 부지로 옮기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전산센터를 만들기 위해 심의를 피해갈 수 있도록 불필요한 검사소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검사소와 전산센터는 하나의 건물을 이용하는데도 심의 대상이 되는 전산센터의 규모만 축소해 심의를 피해가는 편법을 썼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열린 공단 이사회 회의에서도 심의 문제를 둘러싸고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공단 측은 “통합전산센터를 축소하면 전체가 심의를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사업을 강행했다.

 국토부 수도권정책과 관계자는 “중앙일보의 취재 내용을 확인한 뒤 즉시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며 “상암동 신축건물이 규제 심의 대상인지 아닌지, 또 편법을 썼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탐사기획부문=이승녕·고성표·박민제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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