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델리 스파이스 신곡 '방송불가' 말썽

중앙일보

입력

MBC는 지난 17일 인기 록밴드 델리 스파이스의 새음반(3집)수록곡 '고양이와 새에 대한 진실(또는 허구)' '1231' '30' '워터멜론' 등 4곡의 가사가 방송에 부적격하다는 이유로 방송금지 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가요계에서는 "갈수록 상업적으로 치닫는 가요환경에 대한 멤버들의 고뇌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노래들로 저급한 사랑 타령과는 차원이 다른 곡들인데 지나치게 자의적 기준으로 금지했다"며 "MBC의 조치가 시대착오적이며 반문화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30'은 "설령 내가 없어져 버린 데도/아무도 오지 않을 거야/조그맣고 초라한 내 무덤엔 겁탈하듯 엄습하는 공포를 들으며…" 를 통해 잊혀져가는 록밴드의 아픔을 노래했고,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 은 "오! 뒤틀린 발목 너덜너덜 해진 날개/(중략)날 수 없는 작은 새 한 마리를/누가 쳐다나 보겠어?"를 통해 역시 같은 아픔을 표현했다.

이런 표현들은 가요사의 명곡 '작은 연못'같은 김민기의 노래에서 흔히 나타나는 상징적 은유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가요계에선 "'비탄조' '가사부적합'이란 이유로 금지곡을 양산하던 70, 80년대 가요검열 시절을 연상시킨다" 며 "대중가요는 무조건 밝아야 하고, 상투적인 사랑얘기만 다뤄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반면 MBC에 이어 델리 스파이스 음반을 심의한 KBS는 전곡 방송가능 판정을 내렸고, SBS 역시 '워터멜론'을 제외한 전곡에 방송가 판정을 내려 대조를 보이고 있다. 델리 스파이스측은 MBC판정에 불복, 19일 재심 신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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