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하기 쉬운 권력…종교, 정치에 무관할 수 없어"

미주중앙

입력

국가의 의미 엷어지고 종교적 영향 커져
미국 투표행태도 이데올로기적으로 변화

불체자는 범죄자가 아닌 이주자일 뿐
미주 한인 기독교가 이민자 껴안아야

기독교는 축복하는 종교지 저주하는 종교 아니야
북한선교·식량지원도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해야

박문규 캘리포니아 인터내셔널 대학(CIU) 학장은 40년 넘게 정치학을 연구했다. 하지만 정치가 사회과학 만으로 다 풀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자신의 종교인 기독교의 사관에 정치를 비추었다. 최근 그 노력의 결실로 해방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한국 정치사를 다룬 '뜻으로 본 한국정치'(민들레 피는 날)를 출간했다.

박 학장은 "정치를 기독교 사관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음을 탐구하고 싶었다. 이 책을 놓고 종교와 정치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박 학장에게 '종교와 정치'에 대해 물었다.

-우선 '뜻으로 본 한국정치'를 출간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때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보고 감격한 이후 한국 정치나 역사를 제가 갖고 있는 신앙의 눈으로 볼 수는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10여 년 전에 '민족의 상처 민족의 소망'을 쓰게 됐고 이번에 (증보판으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종교적인 관점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함석헌 선생에게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정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여러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데 부담은 없었나요.

"구약을 보면 예언자들이 정치에 대해서 얘기했거든요. 기독교인들이 정치에 접근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첫째는 정치는 사탄의 세력이기 때문에 얘기하지도 말고 될 수 있는 대로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입장입니다. 공직 취임도 안 되고. 또 한 세력은 가급적 적극 참여해서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정치를 바로잡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중간쯤 되요. 기독교가 정치에 대해서 발언해야 되는 것은 확실한데 그럼에도 정권을 쥐어서는 안된다 그럴 욕심을 내서는 안된다는 거죠. 정권은 너무나 타락하기 쉬운 그런 유혹의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종교가 정치에 대해서 무관할 수 없어요. 예를 들어 정치에 대해서 아무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정치적입니다. 공직에 안 들어간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정치적 발언입니다. 어떤 분들은 어떤 단계에 가서는 기독교 정당이 나오고 정권도 담당하고 교회가 정치 사관학교가 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계에서 이런 시각에 호응이 있나요?

"지금 한국 교인에게 '기독교 정당이 필요합니까'라고 여론조사를 하면 나는 5%도 안 나오리라고 봅니다."

-최근 종교적 성향의 투표 현상이 있다는 시각도 나오는데요.

"그건 국제정치 얘기부터 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국제정치가 국가와 국가의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중동 정치는 무슬림을 모르면 얘기할 수가 없어요. 무슬림을 모르면 알카에다를 얘기할 수 없어요. 알카에다가 국제정치의 행동자로 나서지 않았습니까? 국가의 중요성이 점점 엷어지고 대신 종교적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얘기할 수 있겠죠. 미국에서도 투표 행태가 이데올로기적입니다. 낙태와 복지 학교 내 기도 같은 이슈 중심으로. 예전처럼 인물 보고 찍는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특별히 남부 기독교인의 표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죠."

-종교적인 성향의 투표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그럼요. 종교적인 성향의 투표이고 그 바탕에는 이데올로기가 있죠. 남북전쟁 때 남부 교회들은 흑인해방을 반대했습니다. 심지어 하나님이 흑인하고 백인을 다른 모습으로 창조하셨기 때문에 차별하는 건 당연하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성서적으로 정당하다는 건가요?

"예. 상당히 정치적이죠. 그런 전통 속에서 남부 백인들의 세상 이해가 종교하고 섞여있죠. 흑백문제에서 보수적이죠. 아직까지. 그 대신 낙태나 동성애 문제에는 굉장히 저항적이고. 전 동성애나 낙태는 반대입니다. 하지만 경제적.인종적 평등 미국의 외교정책 문제는 그 분들이 서있는 입장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국제 역학의 변화가 미국에서 투표의 종교적 성향을 강화한다고 볼 수 있나요?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의 결론은 서구문명권이 뭉쳐야 된다 입니다. 미국 국민들은 미국이 몰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가 있습니다.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서 그런 두려움이 상당히 있지 않나 합니다. 지난 선거 때 많은 공화당 후보들이 (민주당) 저 사람들 찍으면 일자리를 중국 사람들에게 줄 거다 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는 걸 보고 이 나라의 두려움을 느꼈어요. 지금 반이민 물결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국제적으로 종교의 역할이 나타나니까 종교세력들이 그런 움직임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증폭된 상태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특별히 미국의 보수주의적 기독교인 가운데서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것이) 쇼비니스트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거기에 종교적인 색채를 띈다면…. 슬픈 일이죠."

-그 대상이 이민자일 가능성이 높은가요?

"그럼요. 지금 미주에 있는 한국 기독교는 일차적으로 이민자들을 껴안아야 돼요. 라틴계도 그렇지만 한인들도 영주권 문제 걸려있는 사람들 얼마나 많습니까. 그 사람들의 이익을 반영해서. 예를 들면 불법체류자는 범죄자가 아니라 이주자일 뿐이다 노동할 수 있는 권리 이상 중요한 인권이 어디 있느냐 (말해야죠). 조선족과 탈북자 흑인 라틴계 몽골인들을 껴안아야 되지 않을까요. 한인 교회는 교세도 좀 있고 그렇지 않습니까?"

-한국 교회와 한인 교회가 관심을 갖는 것 중의 하나가 북한 선교 같은데 대북 문제는 동시에 중요한 정치적 현안이잖아요. 선교가 정치적인 부분과 충돌하거나 갈등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풀어가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전 한국 교회가 좀 단순하게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접근하기를 희망합니다. 간단하게 북한 형제가 굶고 있으니까 우리가 도와주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하고요. 다른 거 다 놓고 어떤 이유에서든 그 쪽은 굶고 있는데 우리는 쌀을 무슨 사료로 쓴다 이런 것은 하나님 앞에서 말도 안 되는 얘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독교는 축복하는 종교지 저주하는 종교는 아니지 않습니까? "

-이런 문제가 현재 교회 내에서 공론화되고 있나요.

"한국 교회가 이데올로기적으로 분열되어 있어요. 한국 사회의 가장 진보적인 집단과 극우적인 집단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북한이 개방되지 않으면 통일의 가능성은 점점 멀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변화는 외국을 경험한 사람들이 주도하리라 생각합니다. 유학생이든 상인이든 외교관이든. (이들이) 미국까지는 아니라도 중국과 접촉하게 하는 역할을 우리가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글=안유회 특집부장·사진=신현식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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