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Global] 세계 최대 카지노·호텔 그룹 ‘시저스 엔터테인먼트’ 개리 러브맨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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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카지노·호텔 그룹 ‘시저스 엔터테인먼트(이하 시저스)’가 아시아 시장 교두보로 한국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해라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이름을 바꾼 ‘시저스’는 라스베이거스 최고의 특급호텔인 시저스 팰리스를 포함해 해라스, 플래닛 할리우드, 패리스, 플라밍고 등 전 세계 50여 개 카지노 호텔, 7개의 골프코스 등을 통해 연간 9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세계 최대의 호텔 카지노 체인이다. 이 거함을 지휘하고 있는 개리 러브맨(50) 회장은 카지노 산업의 성장 동력을 아시아 시장으로 보고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던 러브맨은 해라스 그룹 창립자의 러브콜을 받고 1998년 카지노 업계에 뛰어들어 불과 10년 만에 MGM 카지노 호텔 그룹의 아성을 누르고 업계 1위에 올랐다. 매일 치열한 숫자와의 전쟁을 벌이는 그이지만 보스턴 근교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출퇴근할 정도로 가정적인 면모를 지녔다. 공항으로 이동하고 있는 출근길 러브맨 회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LA중앙일보 최상태 기자


●최근 한국을 다녀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두 달 전 한국 내 카지노 시장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다녀왔다. 세 번째 한국 방문이었는데 활기 있는 경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 몰려드는 해외 관광객 등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일단 세 군데 지역을 고려하고 있다. 서울 인근, 인천 인근, 일정한 조건이 허락되면 제주 정도를 좋은 입지 조건으로 보고 있다. 일단 한국 카지노 업계 관계자들을 폭넓게 만나면서 여러 의견을 들었다. 아직 구체적인 진출 시기는 말하기 어렵다. 한국 법에는 해외 카지노의 진출에 대한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여러 사항을 잘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 교두보로 한국을 꼽는 이유는.

 “일단 중국 관광객이 많이 몰려들고 있다. 일본에서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는 지정학적인 입지 조건이 뛰어나다.”

●교수 출신이었는데 어떻게 카지노 산업으로 가게 됐나.

 “흔치 않은 스토리다(웃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있으면서 해라스 호텔 그룹의 컨설팅을 수년간 해줬다. 한 번은 해라스 그룹 창립자가 저녁 초대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의를 받게 됐다. 98년 해라스 그룹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옮겨가게 됐고 2003년에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상당히 다른 직종이라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아주 많이 달랐다(웃음). 공통점은 거의 없다. 그러나 두 직업 모두 매력 있는 일이었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도 좋았지만 거대한 기업을 운영해보는 일도 아주 즐기고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 먼저 일한 것이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스베이거스에도 지난 10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비(非)도박(non-gambling) 활동이 크게 늘어난 점이다. 호텔마다 더 많은 소매점과 스파·레스토랑이 들어섰고 공연, 컨벤션 등에 대한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도박 도시도 엔터테인먼트를 피해갈 수는 없다.”

 러브맨 회장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시절 연구한 고객관리이론을 해라스 그룹에 도입해 ‘토털 리워즈(Total Rewards)’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카지노 고객에게 마그네틱 카드인 로열티 카드를 지급해서 게임을 할 때마다 기계에 카드를 집어넣어 기록한 뒤, 카지노를 자주 찾거나 게임을 많이 할수록 인센티브를 주는 서비스다. 러브맨 회장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해라스가 당시 업계 1위였던 MGM을 물리치고 세계 최고의 카지노 호텔 그룹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토털 리워즈 프로그램을 창안했는데.

 “카지노를 찾는 고객을 알 수 있는 일종의 메커니즘이 해라스 그룹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매번 고객이 게임을 어떻게, 얼마나 하는지 알게 되면 그 고객에 맞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해라스만의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전 세계, 가능한 한 많은 곳에서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계획이다.”

●하루 일과 중에 가장 중요한 활동을 꼽는다면.

 “휴~. (하나로 꼽기가) 어렵다. 가족, 특히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고, 직업적으로는 수석부사장들과 회의를 통해 그들이 하는 일을 잘 이해시키고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당신의 리더십을 설명한다면.

 “명확한 방향(clear direction)을 제시하고 가장 재능 있는 사람(most talented people)을 채용하고, 그들이 사업 전략을 효과적으로 따를 수 있는 모든 자원(resources)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 모든 직원이 추구하고, 고칠 수 있는 최상의 기준을 창조하는 것이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는 모두 취합한다. 의사 결정을 한 뒤 일어날 일에 대한 추론(assumption)을 세운 뒤 스스로 질문을 한다. 그 다음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이 깊은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결정을 내린다.”

●CEO로서 다음 과제는.

 “금융위기 속에서도 기업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고, 아시아 시장에서 브랜드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인터뷰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그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가수 비(Rain)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시저스 호텔에서 열린 비 공연은 대단한 성공을 거둬 우리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비는 월드투어의 첫 공연 장소로 200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호텔로 정해 매진 사태를 기록한 바 있다.

●어떻게 비 공연을 유치하게 됐나.

 “우리 호텔에는 한국인 고객이 많았다. 게다가 비가 아시아 시장에서 큰 영향력이 있는 매력적인 가수라는 얘기가 나왔다. 중국계·일본계·베트남계뿐만 아니라 미 전역에서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가 있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더 유치하고 싶다.”

●앞으로 위락(hospitality) 산업의 전망은.

 “지속적인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서 고객에 따라 개별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전 서비스 영역에 걸쳐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러브맨 회장에게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에서 얻은 최고의 조언을 물었다.

 “당신과 협력할 수 있는 최고의 인재와 일하라”라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시저스 팰리스 호텔

j 칵테일 >> 125달러 호텔 패키지 vs 60달러 카지노 칩

개리 러브맨은 실험을 중요시하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수업에도 등장했던, 러브맨이 해라스에서 실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무료 숙박에 두 번의 스테이크 저녁 식사, 30달러어치 카지노 칩 제공 등이 포함된 125달러짜리 패키지 상품과 단지 60달러어치 카지노 칩 제공 상품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손님을 두 개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해 보니 60달러어치 카지노 칩 제공 상품이 훨씬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브맨은 또한 고위 경영진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을 때 합리적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으로 ‘심리적 안전지대(psychological safety zone)’를 조성했다. 극복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압도돼 있는 직원들에게 아주 작게 쪼개 해결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을 만들어 주는 ‘작은 승리 전략(small wins strategy)’을 제안했다. 적절한 타이밍의 미소, 칭찬 및 신뢰의 표현, 자신의 실수에 대한 인정, 두려움이나 냉소 및 적대감을 부추기는 이들에 대한 부드럽지만 단호한 대응 등 수백 가지의 작은 말과 행동들을 통해 분위기를 안정시키고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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