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이버테러 국내외 긴장] 해커 날뛰자 세계증시 요동

중앙일보

입력

세계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해커들의 공격이 잇따르자 각국의 주식시장까지 요동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와 기업들이 해커 침투에 대비해 자체 보안시스템을 긴급 점검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이다.

◇ 해커들의 실력경쟁이 주원인〓해커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터넷 사이트들을 잇따라 공격한 것은 무엇보다 자신들의 인터넷 프로그램 실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야후.아마존.CNN 등에 대한 해커들의 공격은 모두 엄청난 양의 가짜 접속을 일으켜 다른 사용자가 접속할 수 없게 하는 '서비스 거부' 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특정정보를 캐거나▶경쟁사에 업무를 혼란시켜 피해를 주거나▶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시도하는 해킹과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려는 집단 또는 개인의 잘못된 영웅의식에서 이번 사건이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센터의 임채호 팀장은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다양한 해킹 기술과 프로그램이 온라인상에 공개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해커들의 실력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앞으로 해커들의 주요 사이트 침입은 더욱 늘어날 것" 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해킹 피해는 국내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기업체.정부기관.대학 등 주요 기관들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제 1997년 64건에 불과했던 국내 해킹 피해는 98년 1백58건, 99년 5백96건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해킹 피해는 방화벽(파이어월).침입차단시스템 등 보안시스템이 비교적 잘 설치된 대기업이나 주요 기관보다는 중소기업이나 대학 등에 집중되고 있다.

인터넷 보안프로그램 업체인 싸이버텍홀딩스의 최광민 팀장은 "해킹을 방지하려면 해킹보안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나 예산이 부족한 중소기업.대학 등은 보안시스템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정보보호 관련 전문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는 것도 문제다. 인터넷 벤처기업인 A사의 金모 사장은 "보안시스템 구축에 최소 3천만~4천만원 정도 들어 엄두를 못내고, 인력확보도 생각조차 못한다" 고 실토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인터넷 보안용 무료 공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보안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권한다.

한국정보보호센터는 홈페이지(http://www.kisa.or.kr)를 통해 해킹을 탐지, 조치해주는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하는 한편, 침해사고대응지원팀(http://www.certcc.or.kr)을 통해 최근의 해킹 공격 동향 등에 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 긴장하는 국내 기업〓인터넷 업체인 네띠앙은 10일 긴급회의를 갖고 자체 보안시스템을 점검했다. 이종혁 팀장은 "비밀정보 유출 여부를 특별 점검했고, 인원을 추가 투입해 현재 가동 중인 24시간 상시 감시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삼성.현대.LG 등 대기업들도 전산시스템과 인터넷서버 등에 대한 보안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은 이날 그룹내 시스템통합업체인 삼성SDS를 통해 계열사별 보안 소프트웨어를 점검하고 해킹 가능성에 대비한 정밀조사를 실시했다.

보안업체에 대한 문의도 급증했다. 방화벽 프로그램 업체인 어울림정보기술의 이진학 이사는 "9일부터 고객사는 물론 일반기업으로부터 해킹 방지책을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넷시큐어테크놀로지의 백희영 팀장은 "보안프로그램 가격과 설치방법.사용방법 등에 대한 문의.상담 요청 전화가 하루 20여건이나 된다" 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인터넷 보안업체들의 주가가 폭등했다. 싸이버텍홀딩스와 장미디어인터랙티브의 주가가 장 초반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장외시장에서도 씨큐어소프트의 주식이 주당 2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 세계적으로 급부상하는 보안산업〓인터넷 해커 침해가 주로 서버내 또는 서버와 수신자 컴퓨터 사이의 정보통로에 침입, 정보 탈취.변경 및 서비스거부 공격 등의 해킹을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 보안사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로프트 등 해커보안전문업체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접속방식 프로토콜(IRDF)을 보완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해커의 e-메일 침입을 막는 방식은 상당히 개발됐다.

미국 텀블위드 커뮤니케이션은 수신자가 발신자의 서버에서 직접 편지 내용을 찾아가는 기술을 개발, 건당 3~50센트씩 받고 영업 중이다.

미국 QV테크는 텀블위드의 기능에다 수신자가 편지 열람 가능 수신자와 편지 복사.편집 허용 여부를 지정할 수 있는 기능, 일정 기간 후 서버에서 편지 내용이 삭제되는 기능 등을 갖춘 '인터로사' 를 개발, 메일닷컴.메시지미디어 등 인터넷업체와 접촉 중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에서 정보가 해킹당할 위험 정도를 알려주는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98년 5억달러였던 인터넷 보안시장은 2003년까지 22억여 달러로 커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9일 미 뉴욕증시에서 해커의 공격을 받은 아마존의 주가가 3.7% 떨어진 것을 비롯, ▶e베이 3.6%▶야후 3.1%▶타임워너(CNN의 모회사) 0.8%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와는 반대로 액선트 테크놀로지.RSA시큐리티.ISS그룹 등 인터넷 보안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와 컨설팅 기업들의 주가는 각각 21.55%, 20.2%, 10.6% 급등하며 이번 해커 공격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오대영.김종윤.김현기.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