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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회서 빛난 온양 한올고 과학프로젝트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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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고등학교 과학동아리 팀이 ‘세계과학프로젝트올림피아드(I-SWEEEP)’에서 환경분야에서 은메달을 차지해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온양한올고등학교 Hi-wise 과학프로젝트팀. 5일부터 10일까지 미국 휴스턴에서 개최된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이 팀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특수목적고등학교가 아닌 일반계고등학교 소속이기 때문. 지난 24일 박송희(3년), 이혜은(2년)양과 민승규(32) 지도교사로 구성된 과학프로젝트 팀을 만났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세계과학프로젝트올림피아드 은메달

세계적인 과학 연구가를 꿈꾸는 박송희양과 이혜은양의 논문 제목은 ‘깻잎을 이용한 토양 속 및 동물 체내의 중금속 흡착에 대한 연구’다. 박양은 “깻잎을 실험용 쥐에게 먹여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보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제대회에서 연구 결과를 인정받기 위해 지난 1월부터 하루 12시간 이상을 연구에 매달렸다.

 토지에 심어져 있는 깻잎을 직접 수확하고 그 곳의 흙을 함께 채취해 분석했다. 또한 동물에게 깻잎을 직접 먹이고 해부를 통해 체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다. 기존에 이와 관련된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자료 조사부터 실험 설계까지 모든 것을 백지 상태에서 시작했다. 마땅한 실험실도 없어 주변 대학교 실험실을 빌려 연구를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이들은 ‘깻잎은 인체에 있는 중금속을 배출하는데 영향을 준다’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결국 이 논문은 대한민국과학프로젝트올림피아드(K-SWEEEP) 금상, 국제청소년과학창의대전(KISEF) YSC 연구지원분야 동상·특별상, 등 국내 내노라는 과학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었고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국제과학프로젝트올림피아드(I-SWEEP) 은메달 수상했다. 한국 최고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음을 검증 받은 것이다.

 심사위원단은 “화학, 물리, 역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론을 융합해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이 인상 깊다. 연구의 독창성과 창의성이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박 양은 “대입 준비를 본격적으로 해야하는 3학년 입장으로 연구에 매진하는 것이 부담도 됐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좋은 성적을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이 양은 “주말도 없이 연구에 매달린 결과가 세계대회 수상으로 이어져 꿈만 같다. 앞으로 인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과학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아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번 수상은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중심으로 심화학습까지 이뤄진 좋은 예로써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의 내실화를 다지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목표에 부합하고 있다”며 “온양한올고 교사와 학생이 거둔 이번 성과는 학교마다 특색 있는 교육과정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일반계 학교들에서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열악한 실험 환경에서 이룬 값진 성과

이들이 세계대회와 국내 여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까지는 민승규(32) 교사의 역할도 컸다. 교직생활 6년 차인 민 교사는 평소 채소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깻잎을 먹으면 인체가 중금속에 오염될 우려가 있어 고기를 먹을 때 깻잎을 싸먹지 않는다는 한 가족의 소식을 접했다. 민 교사는 그것에 대한 의문점이 생겼다. 만약 깻잎이 인체에 중금속을 흡수시킨다면 이를 즐겨먹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커다란 재앙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날로 민 교사는 자신이 학교에서 맡고 있는 과학동아리 (HI-WISE) 학생들과 함께 깻잎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제안했다. 20여 명의 동아리 학생 중 유난히 큰 관심을 보인 박송희 양과 이혜은 양이 연구에 동참하기로 했다.

 민 교사는 “일상 속에서 우연히 들은 얘기를 토대로 연구한다는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기도 했지만 그 도전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연구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악한 교내 실험실에서 이러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특히 특목고나 과학중점학교의 경우 유명 대학교나 기업으로부터 꾸준한 지원비를 받지만, 일반계고는 이러한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민 교사는 지역 대학교 곳곳에 연구 제안서를 전달하는 등 도움을 청했다. 이런 노력 끝에 순천향대 환경보건과 교수로부터 어느 날 연락이 왔다.

 실험실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연구도 도와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종화 담당교수는 “‘깻잎을 이용한 토양 속 및 동물 체내의 중금속 흡착에 대한 연구’의 제안서를 봤을 때 획기적이고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입시에 매달리는 여느 아이들과 달리 연구에 열의를 갖고 있는 학생과 지도 교사도 기특하다는 생각에 허락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도움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됐다. 4개월에 걸친 연구에서 ‘토양에 있는 깻잎은 중금속을 흡수하고 인체에 섭취된 깻잎은 중금속을 배출시킨다’라는 확실한 결과를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민 교사는 “아이들이 끝까지 열심히 해준 덕에 좋은 결과를 얻었고 세계에서도 그 결과를 인정받았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여러 연구에 대한 꿈을 품고 멋진 과학연구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과학프로젝트올림피아드 I-SWEEEP

올해로 4회째를 맞은 I-SWEEEP는 환경, 공학, 에너지 등 3개 부문에서 미래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우수한 탐구산출물을 공개 경쟁하는 대회다. 미국 휴스턴에서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됐던 이번 대회는 세계 70여개 나라에서 660여명이 참가했다. 특히 우리나라 고교생들이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온양한올고와 같은 분야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서진영·신동주 학생은 ‘거미줄의 생체모방 공학 - 젖음성(Wettability) 기울기 패턴에 따른 물 포집 효율 연구’로 환경분야 금메달을 수상했다. 또한, 경기과학고 이승훈·조용우 학생이 공학분야 동메달을, 연수고 노지혁 학생과 송도고 이호현 학생은 에너지분야 동메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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