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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산체스 아저씨' 척 멘지오니, 13일 첫 내한공연

중앙일보

입력

어쩌면 그는 재즈 팬들에게 '잊혀진 이름' 이 될 뻔 했다. 애인처럼 가슴에 꼬옥 안은 금관악기(플뤼겔 호른) 하나로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전세계 청중들을 사로잡았던 퓨전재즈의 명인 척 맨지오니. 그가 오랜 공백을 깨고 오는 2월 1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3시, 7시반)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98년 컴백 음반 〈필링스 백〉(Feeling' s back)으로 팬들과 다시 만나기 전까지 10년에 가깝게 공식적인 연주활동을 중단했던 터라 이번 공연은 재즈 팬들에게 더욱 반갑고 의미있는 자리다.

데이비드 샌본과 어니 웨스트가 색소폰의 명인이라면 척은 '플뤼겔 호른의 마법사' 로 불린다. 척은 관현악단의 구성에서 트럼펫과 트럼본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플뤼겔 호른을 부드럽고 낭만적인 멜로디로 빚어 내는데 독보적이었다.

그를 얘기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77년에 발표돼 2백만장 판매 기록을 세운 음반 〈필 소 굿〉 (Feel so good).그를 기억하는 팬에겐 짙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요즘 음악 팬들도 금방 친숙함을 느끼게 할 만큼 대중적인 호소력이 남다른 앨범이다. 역시 플뤼겔 호른에서 끌어내는 소리에는 네온사인 반사된 강물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도회적 감각과 낭만적 감성이 반짝인다. 재즈의 대중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그리 과해 보이지 않는 이유를 알 만하다.

올해 만 60세인 그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태어났다. 8세 때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고 고교시절엔 재즈팀 활동을 했던 그는 한때 클래식이냐, 재즈냐를 놓고 갈등했다. 그러나 라디오에서 흘러 나온 빌리 홀리데이와 질 에번스의 협연이 그를 재즈로 이끌었다.
73년 데뷔 앨범 〈랜드 오브 메이크 빌리브〉은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고, 76년 세번째 앨범 〈벨라비아〉로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이어 〈필 소 굿〉과 〈산체스의 아이들〉(78년)이 안겨준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그는 전세계 연주여행에 나서는 등 8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이후 몇 개 '범작' 을 발표한 그는 결국 89년부터 94년까지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98년 〈필링스 백〉을 내면서 연주활동을 재개한 그는 이번 공연에서 〈필 소 굿〉을 비롯, 〈체이스 더 클라우즈 어웨이〉, 80년 레이크 플래시드 겨울 올림픽 주제곡으로 쓰인 〈기브 잇 올 유 갓〉등 히트곡과 신곡 등 15곡을 연주한다.
'98년부터 순회 공연으로 호흡을 맞춰온 4인조 밴드(섹소폰 기타 드럼 베이스)와 함께 한다. 전성기를 지나 이제야 한국 팬을 찾는 그의 무대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전설' 로만 남을 뻔한 명인의 연주를 가까이에서 듣는 즐거움이 적지 않을 것 같다.
02-598-8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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