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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쿵제 다음은 구리, 산 넘어 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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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준결승 2국>
○·김지석 7단 ●·구리 9단

제1보(1~15)=중국의 쿵제 9단을 격파하고 준결승에 오르자 이번엔 구리 9단이 기다린다. 산 넘어 산이지만 김지석 7단이 세계 제패를 꿈꾼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존재들이다. 3번기의 1국에서 김지석은 흑으로 불계패했다. 구리의 사석전법에 말려들어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했다. 이 판은 준결승 2국. 바둑판 앞에 앉은 김지석의 표정에 비장한 심사가 엿보인다.

 5로 지킬 때 A로 갈라치는 수법은 이제 고전이 돼 간다. 최근 인기를 끄는 수는 B의 걸침이고 그 다음은 6으로 굳히는 수. 서로 지키는 포석은 얼핏 평화로워 보이지만 오히려 대형 전투를 피할 수 없다. 말하자면 6은 한판 붙고 싶다는 김지석의 열망이 담긴 수다. 11에 걸칠 때 12의 처진 날일자 역시 전투 지향적이다. 순장바둑의 숨결이 느껴지는 12는 아주 오래된 조선의 수법. 처음엔 무시당했으나 점차 유력한 수법으로 인정받게 됐다.

 ‘참고도 1’ 흑1로 받으면 백2의 육박. 그리하여 9로 모양을 갖추지만 10으로 기어 나가면 뭔가 흑이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참고도 2’ 흑1로 전개하면 요즘엔 백2로 짚어오는 수도 실전에서 종종 나온다. 13~15는 구리의 취향. 포석에 강하고 가벼운 변신을 즐기는 구리의 면모가 느껴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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