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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형 문제 비중 늘어나는 초등 수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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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사고력 수학’이 초등 수학 교육방법의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2009 개정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초등과정 평가에서 수학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학교 시험에서도 서술형 문제 출제 비중이 높아지면서 연산이나 공식을 적용해 푸는 문제보다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늘고 있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학생들이 ‘사고력 수학’ 프로그램 중 하나로 체스 게임판 위에서 기사가 움직이는 방식을 보며 규칙을 찾고 있다. [최명헌 기자]

다양한 학습도구로 수학적 사고력 키워

11일 오후 5시 서울 강남의 한 수학 학원. 초등 4학년 학생 8명이 가로·세로로 각 4칸씩 나눠진 16칸의 도형(체스 게임판) 위에 바둑알을 이리저리 옮기고 있었다. 체스 게임판 위에서 바둑알(기사)이 움직이는 방식을 보며 공간 배치와 경우의 수의 개념을 이해하는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원리를 깨닫는 것이다. 이 강사는 “정답인지 오답인지 찾아보며 학생들은 규칙을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며 “문제 해결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한 문제도 여러 각도에서 풀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초등학생 대상 수학 학원들이 사고력 수학을 강조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교구를 활용한 학습을 강조하거나 심화된 문제 해결 과정을 교육하기도 한다. 하나의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하는 방식을 강조하는 곳도 있다.

학교나 영재교육원에서는 수학 교구를 활용하거나 생활 속 경험을 사례로 들어 학생들의 수학적 사고력을 키운다. 고려대 교과교육연구소 김경미 연구교수는 “다양한 수학 교구를 조작하면서 수학의 구조를 체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고를 확장하는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십진법 등을 배울 때 활용하는 진법막대로 곱셈 구조를 이해하고, 분수·인수분해 등으로 사고를 확장하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운동장의 크기를 구하거나 종이 접기의 규칙을 찾기도 한다. 학교수학교육학회 이인환(서울 창원초) 교장은 “수학적 개념을 생활에 직접 적용해 수학적 사고를 키울 수 있다”며 “문제 푸는 기술만 키우면 실생활 문제가 나왔을 때 손도 댈 수 없다”고 말했다.

왜, 어떻게 답 찾았나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 똑같이 덜어내는 나눗셈식 12÷3=4에서 몫 4가 나타내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서로 이야기해 보시오.(3학년 1학기 나눗셈)

개정된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다.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한 뒤 배운 것을 말하고, 실생활에서의 사례를 들어야 한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왜’ ‘어떻게’ 등을 적용해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CMS에듀케이션 영재교육연구소 한태훈 부소장은 “초등 수학에서 문제점을 찾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사고력의 비중이 강화되고 있다”며 “수학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자신만의 문제풀이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학교 시험에서 서술형 평가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사고력 수학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서술형 평가의 핵심은 결과(정답) 위주의 평가가 아니라 과정(유연한 사고) 중심의 평가이기 때문이다. 한 부소장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신의 경험과 배경지식을 모두 동원하고, 다양한 방법과 시각으로 접근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교대 영재교육원 수학 심화반에 다니는 임시현(서울 원명초 6)군은 “4년 넘게 사고력 수학을 배웠더니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하는 힘이 커졌다”며 “이해의 속도가 빨라져 생활과 접목된 문제가 나오거나 서술형 문제를 풀 때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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