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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 스스로 발견하게 도와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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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호 32면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청소년적십자사 중앙학생협의회는 1964년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다. 그날 학생들은 교사들의 가슴엔 장미꽃을 달아 주고, 자신들은 1주일 동안 ‘선생님 고맙습니다’는 리본을 달고 다녔다. 그러나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정할 특별한 계기가 궁색해 이듬해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바꿨다. ‘스승의 날’은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68년 국민교육헌장 선포일인 12월 5일로 합쳐졌다 73년엔 폐지됐다가 82년 부활됐다.

권기균의 과학과 문화 ‘웹 3.0’ 시대가 원하는 교육

옛날 서당의 교재인 추구집(推句集)에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나온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이니 똑같이 존중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10년 전 유행했던 영화 ‘두사부일체’처럼 ‘조폭 코미디’의 소재로나 쓰일 뿐이다. ‘스승’이라는 단어에는 존경의 의미가 담겨 있다. 요즘은 ‘스승’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 그나마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살아 있는 게 다행이다. 편견인지 모르겠으나 ‘교사’라는 단어는 사제 간의 인격적 관계보다는 ‘지식의 전달자’라는 기능적 느낌을 준다. 그런데 요즘 그 ‘지식을 전하는’ 교사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인터넷이 ‘웹 2.0’ ‘웹 3.0’으로 진화하면서 교육의 패러다임도 ‘교육 2.0’ ‘교육 3.0’시대로 같이 변하기 때문이다.

초기 인터넷시대를 ‘웹 1.0’시대라고 한다. 다음·네이버 같은 포털과 소수의 매체가 인터넷에 콘텐트를 올리면 사용자들은 읽고 댓글 달기가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싸이월드’나 ‘마이 스페이스’ ‘블로그’가 나오면서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인터넷에 올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유튜브’의 등장으로 동영상까지 마음대로 올리는 세상이 됐다. 그래서 ‘타임’지는 2007년 ‘올해의 인물’을 ‘You’로 선정했다. 당신이 인터넷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뜻이다. 이것을 ‘웹2.0’시대라고 한다.

이어 스마트폰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가 등장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소통이 가능하다. 개인이 올린 정보가 순식간에 세계로 퍼져 나간다. ‘카카오톡’은 스마트폰으로 수백 명이 동시 채팅이 가능하다. ‘모든 것이 이 손 안에 있소이다’가 현실이 됐다. 이게 ‘웹 3.0’이다.

‘웹2.0’시대의 위키피디아와 ‘웹 3.0’시대의 스마트폰은 교육 분야에도 혁명을 일으킨다. 네티즌이 함께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오픈 6년 만에 230년 전통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28배나 되는 자료를 확보했다. 위키(wiki)는 누구나 ‘편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확성도 거의 대등한 수준이다. 2007년 4월부터 10월까지 불과 6개월 동안만 언어별로 17~27%의 새로운 단어가 등록됐다. 이게 ‘집단지식’의 위력이다. ‘지식’의 양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는 것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도 최근 2년간 35%의 용어 설명을 새로 썼다. 영어사전 중 가장 권위 있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지난해 11월부터 인쇄본을 포기하고 온라인으로만 사전을 내기로 했다.

앞으로 사전은 딕셔너리(Dictionary)에서 윅셔너리(Wiktionary)로, 방송사나 신문사의 뉴스도 위키뉴스(Wikinews)로, 대학도 유니버시티(University)에서 위키버시티(Wikiversity)로 바뀔 것이라고 해외 자료들은 말한다. 그래서 위키피디아는 이미 위키버시티(Wikiversity)재단을 설립했다.

전통적인 교육 패러다임을 ‘교육 1.0시대’라고 한다. 교실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교과서의 내용을 가르친다. 평가는 받아쓰기와 객관식 문제로도 충분하다. 문제의 답은 오직 하나뿐이다. 휴대전화는 학교에서는 압수다.

그러나 새로 개발된 컴퓨터 프로그램 같은 것은 학생들이 먼저 안다. 선생님은 모른다. 이런 것들을 학생들은 교사에게서 배우는 것 외에 자기들끼리도 서로 배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정해진 과정 안에서 정해진 내용을 배운다. 이것을 ‘교육 2.0’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집단지식의 시대는 다르다. 교사나 교수들이 학생들과 지식을 공유한다. 함께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간다. 지식 자체가 변하고 진화한다. 많은 지식을 외우는 것보다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소양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교육 3.0’시대다. 그래서 입학사정관 제도가 생겼고, 올해부터 학교마다 매주 3~4시간씩 창의체험 시간이 생겼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창의 체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우선 떠나야 한다. 교실을! 체험을 위해! 그리고 관찰과 체험을 통한 탐구와 토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답은 없다. 선행학습은 중요하지 않다. 하나를 파고들며 탐구하되 다른 관점에서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의 역할은 정답을 알려 주는 게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도록 돕는 것이다.

천재 과학자 갈릴레이는 이것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사람에게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 다만 그가 스스로 발견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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