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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색 신호등 당장 그만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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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야 정치권에서 경찰의 ‘화살표 3색 신호등’ 도입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에 출마한 세 팀(이병석·박진, 안경률·진영, 황우여·이주영 의원)은 5일 경찰청이 추진하는 ‘3색 신호등’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안경률 의원은 “갑자기 신호등이 바뀌면 국민의 안전에 심각한 혼란이 있는 만큼 시범 시행을 중단해야 한다”며 “ 원내대표가 된다면 경찰청 보고를 듣고 나서 전면 재검토가 바람직하다는 뜻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경찰청을 관할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다.  

안 의원과 경쟁하는 이병석 의원의 러닝메이트(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선 박진 의원은 “경찰청이 당정협의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일을 성급히 추진했다”며 “국민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재검토하는 게 옳다”고 했다. 황우여 원내대표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이주영 의원도 “정부 정책이 서민들의 생각과 동떨어져 혼란을 줄 땐 당이 정리해야 한다”며 “정책위의장을 맡는다면 전임자(심재철 정책위의장)처럼 도입 반대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심재철 의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신호등 당정협의’에서 “빨간 화살표가 운전자들에게 ‘가야 되느냐 마느냐’는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당장 그만두라”며 박종준 경찰청 차장을 질타했다. 심 의장은 “화살표 3색 신호등의 정지신호는 군대 제식훈련의 ‘열중쉬어’도, ‘차렷’도 아닌 ‘열중차렷’ 같다”고 꼬집었다. <중앙일보 5월 5일자 6면>

 국회 행안위 한나라당 간사인 김정권 의원은 “경찰청은 3색 신호가 국제표준규격이고 홍보가 부족했다고 하지만,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만큼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안전에 문제가 된다면 시범사업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안위 소속인 같은 당 서병수 의원은 “제도나 표시는 국민이 편하게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근본적인 불편이나 사고가 없는데 익숙해져 있는 것을 왜 바꿔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도 3색 신호등 체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중복성 예산 낭비이면서 국민들이 익숙한 것을 바꾸려는 한심한 발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법규든 관습과 습관이 중요한데, 신호등을 바꾸는 것은 마치 왼쪽 운전석을 돈을 들여서 오른쪽으로 옮기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국회 행안위 소속의 같은 당 이윤석 의원은 “정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혼란스러운 신호체계를 밀어붙이는 게 문제”라며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현·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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