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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구조조정'…새 변신 시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명곤 극장장 체제로 새롭게 출범한 국립중앙극장이 변신을 시작했다. 책임운영기관으로 탈바꿈한 국립중앙극장은 산하단체인 국립창극단.국립국악관현악단.국립무용단.국립극단의 경우 단장.예술감독이라는 2원 체제로 이끌어간다. 국립발레단과 국립오페라단.국립합창단은 예술의전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립중앙극장 산하단체들은 지난해까지는 단장이 예술감독을 겸하고 단체의 예술과 행정을 모두 총괄했지만 이제부터 단장은 주로 행정 부분, 예술감독은 레퍼토리 선정과 기획 등 예술 부분을 각각 책임질 방침이다.

그렇지만 완전히 업무가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1인 체제의 장점도 있지만 만에 하나 단장이 잘못된 판단을 할 경우 이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이번 조치가 취해진 배경의 하나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발표된 단체장 인사에 이어 최근 신임 예술감독들이 국립극장과 계약을 마쳤다. 창극단은 전임 극단장인 안숙선씨, 무용단은 젊은 국악 작곡가 원일씨, 극단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김석만 교수가 각각 2년 계약의 비상임 예술감독을 맡는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인사는 무용단 비상임 음악감독 원일(33) 씨다. 무용단 예술감독 격인 음악감독에 무용가가 아닌 음악가가 선임된 것도 그렇지만 젊은 나이라는 것도 파격이다.

전통국악만이 아니라 영화와 뮤지컬.무용 등 장르를 넘나드는 폭넓은 활동으로 이미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원씨지만 민간단체가 아닌 국립단체에서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자유분방한 예술가를 감독직에 올린 것은 없었던 일이기 때문.

원씨는 "신임 배정혜 무용단장과는 배단장이 서울시립무용단장 재직 시절부터 대표작 '두레' 등 많은 작품을 함께 해왔다" 면서 "무용 작업을 하다 보니 무용작품은 연출의 힘보다 음악적 도움을 더 필요로 하는 장르라는 것을 느껴 이번 제의를 수락했다" 고 말했다.

배단장 역시 무용단장과 예술감독이 모두 무용가 출신으로 짜여진 체제는 이렇다할 시너지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해 두 사람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원씨는 비상임직이라 원래 1주일에 세 번 정도만 출근하면 되지만 배단장의 기대가 남달라 거의 매일 국립극장에서 함께 작품 구상을 요구할 정도다. 원씨는 앞으로 무용단 작품의 작곡가 선정과 작품 소재 선택, 기획 등의 업무를 맡고 직접 작곡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오랜만에 이루어진 국립극장의 젊은 피 수혈이 앞으로 극장 모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한편 창극단 예술감독 안숙선씨는 잘 알려진대로 판소리 명창.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명인 안씨가 지난 2년동안 극단장으로 재직하며 쌓아 온 경륜을 신임 단장과 어떻게 맞춰나갈지 관심사다.

극단의 경우 단장이 유임된데다 예술감독 김석만 교수 역시 이미 극단 작업을 자주 해온 경력이 있어 어려움없이 조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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