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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내각'과 경제팀 운용

중앙일보

입력

차기총리로 내정된 자민련 박태준(박태준) 총재의경제철학에 정.관.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세총리'이자 '정치총리'인 김종필(김종필) 총리와는 달리 박 총재는 경제팀을 진두지휘하면서 경제정책에 깊숙이 관여하는 '경제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선 의원인 박 총재는 지난 81년 정계입문 이후 민정당 대표위원, 민자당 최고위원, 자민련 총재 등 정계의 거물로 자리잡았지만 지난 70-80년대 '포철신화'을 일궈낸 주인공으로 실물경제에 정통한 경제인이다. 특히 박 총재는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는 정치인이라기 보다 '철강왕 박태준'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박 총재는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을 도와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수습하고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등 금융, 기업구조 개혁을 추진하는데 나름대로 역할을 해왔다.

특히 박 총재는 재벌개혁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총재는 포항제철 사장을 겸하고 있던 지난 90년 이미 산하 연구소에 용역을 줘 일본의 재벌해체 과정을 연구토록 했다.

박 총재는 김영삼(김영삼) 정권 시절 '정치적 박해'를 피해 일본으로 외유를 갔던 지난 96년 '차이나 리스크'라는 책을 번역, 책 머리에서 우리나라의 환란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 총재의 경제철학은 기본적으로 '성장론', '실용주의', '실물경제 우선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특히 그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을 자주 얘기하는데서 알수 있듯이 실용주의 성향이 강하다.

최근에는 제조업과 수출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외환위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역흑자 정책을 통해 달러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두어야 한다는게 박총재의 시각이다.

특히 박 총재는 정보고속도로 건설 등 정보통신 분야 육성에 대해서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평생 '쇠'에 쏟아부은 정열을 이제는 미래산업인 정보통신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박 총재는 일 처리가 꼼꼼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아직 총리로 취임하지도 않았는데 이건춘(이건춘) 건설교통, 정상천(정상천) 해양수산장관이 7일 마포당사로 찾아온데 이어 8일에도 김정길(김정길) 법무, 김기재(김기재) 행정자치 장관이 박 총재를 면담한 것은 그의 치밀한 업무 스타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박 총재의 경제관과 스타일로 볼 때 이번 개각시 그가 경제각료 몇몇에 대해선 실질적인 추천권을 행사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한 측근은 "각료임명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라면서 "그러나 김 대통령도 박총재의 경제식견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경제관료에 대해선 박총재의 자문을 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박 총재는 평소 이헌재(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의 업무추진 능력을 높이 평가해 왔기 때문에 대통령으로부터 각료를 추천할 것을 요청받을 경우 이 위원장을 재경장관에 천거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변에서는 전한다.

또 산업자원, 정보통신장관 등 실물경제와 관련이 있는 부처의 장관들에 대해서도 김 대통령에게 조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

박 총재는 총리에 취임하게 되면 기존의 총리들과는 달리 재경장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정책 운용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신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산업자원, 정보통신 분야에 대해선 관련 장관들을 통해 직접 현장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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