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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소형 매장 … 그 대신 반의 반값” 손님 몰리는 초저가 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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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해장국 2500원, 세탁비 900원, 피부관리 서비스 9000원…’. ‘고물가 시대’를 맞아 창업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알뜰 소비자의 눈길을 끌 만한 초저가 아이템이 주목받는 것이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무작정 제품 값을 내릴 수는 없다. 업체들은 ▶초저가 상품과 정상가 상품 등 다양한 가격대를 갖추거나 ▶특정 시간대에 값싼 상품을 팔거나 ▶셀프 서비스를 앞세워 인건비를 줄이는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단순 ‘박리다매’가 아니라 품을 들여서라도 싼값에 상품을 사고자 하는 소비자를 공략하는 ‘틈새 전략’”이라며 “고물가 추세가 확산하면서 이들 초저가 창업 아이템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서서 … 아침에 …, 외식 고객 끈다

일식 선술집 ‘아부라’ 신촌점 임복순(53·오른쪽) 사장이 1000원대 수제 꼬치 메뉴를 들고 있다. 이 매장에선 서서 먹는 대신 싼값에 안주를 즐길 수 있다. [김성룡 기자]


소비자는 먹고 마실 때 물가를 체감하는 경우가 많다. ‘이마트 피자’ ‘통큰 치킨’ 등 초저가 먹을거리가 화제를 모은 것은 그 때문이다. 외식 창업 시장은 고물가에 놀란 소비자의 지갑을 공략하기 위한 가격파괴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서울 신촌 대학가에 있는 일식 선술집 아부라(www.abura.co.kr)는 ‘서서 먹는 주점’ 개념을 도입했다. 일반 주점에서 한잔하려면 1인당 1만~2만원은 내야 하는 게 보통. 하지만 아부라에선 1인당 5000원 정도만 내면 배를 채울 수 있다. 가볍게 한잔하려는 알뜰파를 겨냥해 1000원대 수제 꼬치와 감자칩·뻥튀기 등 안주를 내놨다. 대신 서서 먹어야 한다. 이규용(45) 아부라 가맹담당 이사는 “서서 먹기 때문에 매장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고 손님 회전율이 높아 월 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앉아서 먹기 원하는 손님을 위해 테이블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매장 컨셉트는 일본 선술집 ‘아메야요코초’에서 따왔다. 300엔(약 4000원)대 안주를 맛볼 수 있는 ‘의자 없는 술집’으로 인기를 끈 곳이다.

 명동할머니국수(www.mdnoodle.co.kr) 서울 명동점은 시간대별 가격파괴 전략으로 알뜰족을 공략한 경우. 이 가게에선 오전 7시부터 오전 11시까지 북어콩나물해장국밥을 2500원에 판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은 인근 직장인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브런치’ 메뉴인 셈이다. 이 덕분에 국밥은 오전 시간에만 400~500그릇씩 팔린다. 김경숙(55) 명동점 사장은 “매장이 붐비지 않는 오전 시간대에 손님을 채울 수 있어 좋다”며 “수익률은 낮지만 손님에게 ‘저렴한 음식점’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판매를 고집한다”고 말했다. 주메뉴인 국수도 35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셀프 서비스 도입하면 더 싸다

서비스 업종은 원자재비 부담이 적은 반면 인건비 비중이 높은 게 특징. 따라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셀프 서비스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또 점포를 소형화하거나 ‘B급’ 상권에 입점함으로써 가격을 낮추기도 한다.

 피부 관리 업체 벨스킨(www.belleskincare.co.kr)은 셀프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덕분에 서비스 비용을 9000~1만5000원까지 낮췄다. 일반 업체들의 서비스 비용은 4만~5만원에 달한다. 최근엔 셀프 빨래방도 늘어나고 있다. 코인워시24셀프빨래방(www.koreacla.com)은 직원 없이 운영하는 무인 빨래방이다.

 세탁 서비스 업체 크린토피아(www.clean topia.com)는 2000~3000원에 서비스하던 와이셔츠 1벌 세탁비를 990원까지 낮췄다. 소형 점포로 창업할 수 있어 임대료가 싸다는 점이 세탁비를 줄이는 요인이다. 20㎥ 기준 개설비는 1400만원.

입지 선택에서도 원감 절감 가능

가격 파괴는 ‘정공법’이다. 가격은 단기간에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된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란 인식을 준다면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

 음식점이라면 가격이 싼 일종의 ‘미끼용’ 상품을 갖춰놓거나 시간대별 할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더라도 손님이 실제로 지불하는 1인당 구매 단가는 다른 업종과 비슷한 선에서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세트 메뉴를 만들거나 묶음 판매를 활용해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도록 연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식기세척기나 식재료 자동절단기 등 자동화 기기를 들여 인건비를 절약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중간 도매상에게 식재료를 받지 않고 산지와 직접 거래하거나 직접 새벽장을 보는 것도 원재료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입지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서비스 업종의 경우엔 입지를 선택할 때부터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 또 인테리어 비용이 얼마나 나가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인테리어에 투자하는 대신 서비스 품질을 높이거나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희 소장은 “가격을 낮추면서도 적정한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초저가 아이템 창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핵심 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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