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년 4월 상장사 1명 이상 ‘준법지원인’ 의무화 … 채용규모 싸고 충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준법지원인’ 제도의 적용 대상을 놓고 기업과 변호사단체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변호사 단체가 적용 대상 기업을 넓혀놓자는 입장인 데 반해 기업들은 경영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최소 범위로 제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지난 11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담겨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 회사들은 1명 이상의 법률가를 준법지원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준법지원인은 회사 경영진이나 임직원이 법에 따라 회사를 경영하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준법·윤리 경영을 강화해 투명 경영과 주주 보호를 유도하자는 취지로 그동안 변호사 직역 확대를 요구해온 변호사 단체들의 숙원이 이뤄진 것이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대상 기업이 ‘자산 규모 1000억원 이상 회사’로 정해질 경우 최대 1000명까지 준법지원인 자리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이미 사외이사·감사 등 준법 감시 인력을 운영하고 있는데 변호사들의 직역 이기주의 때문에 도입된 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상장사협회 김춘 법제조사파트장은 “추가 인건비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법안 통과 후 경영이 어려운 기업들을 중심으로 경영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파트장은 “입법안이 나왔을 때부터 기존 제도와 중복된다거나 충돌된다는 논란이 많았는데,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개정안이 통과됐다”며 “시행령을 통해 적용 대상 등에 관한 세부 규정이 만들어질 때 되도록 소규모 회사는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하고 준법지원인이 될 수 있는 대상은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반면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준법지원인 입법TF팀장을 맡은 조용식 변호사는 “기업 활동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법 행위 소지를 수시로 차단해 결과적으로 회사에 더 큰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맞섰다. 조 변호사는 특히 “감시자 역할을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직역이 법률 실무가인 변호사인데 이를 이기주의로 몰아세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대한변협 정준길 대변인도 “준법지원인 활동으로 해당 회사뿐 아니라 국민 경제 전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법무부는 다음 달 22일 공청회를 여는 등 변호사 단체와 기업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법 시행 전까지 시행령의 세부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기업과 변호사단체 대표들은 다음 달 공청회를 앞두고 논리 개발에 들어갔다.

최선욱 기자

◆준법지원인 제도=법률전문가를 준법지원인으로 임명해 위법행위나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제도다. 준법지원인은 임직원들이 준법 기준을 지키는지를 점검해 이사회에 보고하게 된다. 개정 상법은 대상을 ▶변호사 ▶5년 이상 법률을 가르친 교수 ▶법률적 소양을 갖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요건에 적합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