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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피아노 선율이 좋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에서 피아노 연주음반은 묘하게도 10년 주기로 큰 인기를 얻는다. 70년대말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사랑은 핑퐁' 등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경쾌한 피아노 팝이 국내 음반시장을 휩쓸었고 80년대말엔 조지 윈스턴.데이비드 란츠가 명상적이고 신비로운 뉴에이지 연주로 2백만장의 경이적 음반 판매고를 올렸다.

이제 90년대 끝자락에 다시 피아노 연주음반들이 가요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엔 한국 뮤지션이 선두에 있어 더욱 반갑다.

김광민의 새음반 '보내지 못한 편지' 가 발매 한달여만에 8만장이 팔렸다. 1만장 팔리면 히트로 치는 게 연주 음반인 점을 생각하면 이변이랄만큼 큰 인기다. 김광민은 TV프로 '수요예술무대' 를 진행하며 인기를 얻고있어 그 덕을 본 부분도 있지만 서정성과 한국적 느낌을 조화시킨 연주, 아름다운 멜로디가 없었다면 이만한 인기를 얻을 수 없었으리란 게 가요계의 분석이다.

이 음반은 피아노만으로 연주되는 팝음악의 진수를 보여준다. 키보드.전자악기.기타 등 보조악기를 전혀 쓰지않고 어쿠스틱 피아노 한대만으로 연주했다. 그럼에도 따뜻하고 분명한 건반 터치로 듣는이에게 곡의 심상을 전달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있다.

뉴에이지와 재즈를 번갈아 담은 이 음반은 13곡의 수록곡을 하나의 스토리처럼 연결해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음반은 김광민 본인이 과거를 '회상' (첫곡)하면서 시작된다. 이어 김광민은 '어느날 오후' 한 여인을 만나러 가며 '설레임' 속에 '크리스마스 선물' 을 산다. 그 가게엔 '대니 보이' 가 흐른다. 너무 좋아 '기도' 도 하지만 결국은 헤어진다. 가슴 아파하며 '독백' 을 하다 '비가' 를 부른다는 식이다.

음반의 인기에 힘입어 김광민은 콘서트를 마련한다. '크리스마스 선물' 이란 타이틀로 24일밤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02-3672-3002)에서 펼쳐지는 공연이다. 오스트리아 베이시스트와 독일인 드러머를 캐스팅하고 색소폰.플루트.신디사이저 등을 동반해 흥이 넘치고 드라마틱한 무대로 꾸며진다.

막 나온 노영심의 새음반 '마이 크리스마스 피아노' 도 발매 1주만에 1만장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 눈처럼 하얀 재킷아래 수록곡 12곡을 역시 피아노 연주로만 채운 음반이다.

이 음반의 자랑은 퓨전재즈 명레이블 ECM의 전속 프로듀서 얀 에릭 콩샤우그가 지휘한 명징한 사운드 녹음.

키스 자렛.칙 코리아.팻 메시니 음반을 단골로 제작해온 콩샤우그는 건반을 치고 지나간 손가락의 여운까지 잡아냄으로써 투명하고 울림있는 음반을 만들었다.

여기에 단아하고 깔끔한 노영심의 연주가 겹쳐진다. 그녀는 23일~26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자신의 콘서트(080-337-5337)에서 새음반 수록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조용한 날들' '바다위의 피아노' 등 한국적 감성과 잘 맞는 부드러운 연주곡을 선보인 캐나다 출신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앙드레 가뇽, 동양의 조지 윈스턴이라 불리는 일본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의 음반도 각각 15만장이 팔리는 높은 인기를 얻고있다. 5월과 11월 각각 열린 구라모토와 가뇽의 내한공연은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가뇽은 최근 캐롤음반 '노엘' 을 내기도했다. 또 클래시컬하면서 서정미 넘치는 케빈 컨, 단아하고 깔끔한 케넬 킬슨 등도 국내에서 사랑받을 가능성 높은 기대주들. 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 "한국인은 서정적이고 전원적이며 멜로디 표현이 직접적인 어쿠스틱 피아노에 유달리 친근감을 느낀다.

웬만한 동네마다 피아노 학원 없는 곳이 없을만큼 기타와 더불어 가장 대중화된 악기란 점도 인기 요인이다." 며 "클래식은 어렵고 가요는 요란해서 싫은 사람들, 다시말해 '편안하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음악' 을 원하는 이들에게 크로스오버 피아노 연주 음반이 사랑받는 듯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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