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민이 사업 … 일자리 만들어 … 부산 ‘마을기업’ 25곳 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23일 마을기업 ‘닥밭골’ 북카페에서 주민들이 책을 보며 차를 마시고 있다. [송봉근 기자]


23일 오전 부산시 서구 동대신 2동 산복도로 아래 주택가. 작은 마당을 지나 컨테이너 박스 2개를 이어 만든 실내로 들어서니 책을 읽으며 차를 마시는 주부들로 가득하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꽂이에는 2000여 권의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옆방에는 10여 명의 주부들이 천연비누와 천연 화장품 제조법을 배우고 있다. 작은 마당에는 어머니를 따라온 어린이들이 코코아를 마시면서 놀고 있다.

 부산시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닥밭골’ 북카페 모습이다.

 닥밭골 북카페는 지난해 11월24일 문을 열었다. 주민들을 위한 작은 문화공간을 만들고 마을 명소인 벽화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벽화마을 조성에 참여한 작가들과 주민대표 등 30여명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벽화마을은 낡은 주택가 벽에 그림과 벽화를 그려 마을을 되살린 곳이다.

 차를 마시던 주부 손희숙(39)씨는 ”아이들 학교보내고 집안일 끝낸 뒤 친구와 자주 온다. 집과 가까운데다 편한 옷차림으로 올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차와 커피값도 거의 1000원선으로 싸지만 맛은 수준급이다.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마을 주민 이미희(29 ·대학원생)씨가 뽑아내기 때문이다.

 이씨는 ”어린이들이 학교를 마친 뒤 집으로 가는 길에 자주 찾는다. 공립 도서관은 엄한 분위기지만 이곳에서는 떠들어도 되기 때문에 학생 단골이 많다“고 말했다.

 닥밭골 북카페는 지금까지 4개월 운영한 결과 한 달 평균 매출이 250만원으로 나타났다. 차와 커피를 팔고, 문화체험프로그램(바리스타,연필 스케치, 도자기 굽기)참가비로 올린 수입이다. 동대신 2동 사무소 윤성욱(42) 주무관은 ”마을 주민 9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자립경영이 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23일 닥밭골 북카페 등 마을기업 25곳을 발표했다.

 전통조미료와 친환경 세제를 만드는 ‘해피사랑골 어울림 사업단’, 미역·다시마 등 기장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희망기장’, 구포시장내 택배사업을 하는 덕천2동 마을 청년회 등 다양하다.

 부산시는 마을 기업에 2년동안 사업비 8000만원을 지원해 교육과 컨설팅을 해준다. 하반기에도 마을기업을 공모하는 등 올해 21억여원으로 42개의 마을 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마을기업=지역의 향토 문화 자연자원을 이용해 주민주도의 비즈니스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이다. 마을에 필요한 사업으로 적정 이윤을 남겨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전국에 500개의 마을 기업 발굴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1000개를 만들어 1만여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