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된 아기 하늘로 보냈지만 절망하지 않겠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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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산케이신문 인터넷판]

“사랑하는 아내와 갓 태어난 외아들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자랑스러운 남편과 아버지로 남을 수 있게 계속 힘을 낼 것입니다. 재해를 입은 여러분, 괴롭겠지만 절대 절망에 빠지지 마세요. 나토리시 S.”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미야기현(宮城縣) 나토리시 시청 현관문에 이런 메시지의 종이가 붙어있었다. 글의 주인공은 나토리시 직원인 사이조 타쿠야(30)씨. 그는 대지진과 쓰나미로 사랑하는 아내 유리코(28)와 8개월 된 아들 나오토군을 잃었다.

11일 오후 2시 46분. 그는 심한 진동을 느꼈다. 대지진이 일어날 것 같았다. 아내 유리코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갔지만 곧바로 끊겼다. 다급했다. 가족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공무원이었던 그는 주민의 긴급대피 계획을 세워야 했다.

12일 밤, 타쿠야씨는 집으로 달려갔다. 눈 앞에 보인 건 철골 잔해뿐, 아내와 아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내가 친정으로 피신했을 것으로 생각해 담요와 음식, 기저귀 등을 닥치는 대로 봉투에 담았다. 앞으로 얼마나 갈지 모를 추위와 굶주림을 버텨야 했기 때문이다.

새벽 내내 어둠을 헤치고 아내의 친정 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 곳 역시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다. 하루 종일 가족을 찾아 헤맨 그는 임시대피소에서 장모를 만났다. 자위대에 의해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했다. 아내와 아들 소식을 물었다. “쓰나미에 휩쓸려….”

절망에 빠진 그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잔해에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철골과 가재도구를 모두 파헤쳤다. 15일 밤, 아들 나오토로 보이는 시신 한 구가 접수됐다는 연락이 왔다. 그는 한걸음에 달려갔다.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아이의 내복, 턱받이…모두 아내가 즐겨 입히던 것들입니다.”

축복 속에 태어나 8개월밖에 살지 못한 내 아기…, 싸늘한 주검이 됐다. 아마 아내도 아기와 함께 하늘로 갔을 것이다. 그의 디지털카메라에는 두 장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지난해 7월 태어난 나오토에게 첫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던 그때, 세 식구가 처음으로 찍은 가족 사진…. 그에겐 이 사진이 마지막 기억이 됐다. 18일 오후 2시 46분. 타쿠야씨는 아내와 아들을 위해 묵념을 했다.

이지은기자, 산케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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