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투자한 북한 국경지대 5성급 호텔에 꽃제비 우글대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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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투자자가 북한 경제특구 안에 건설한 특급호텔 주변이 '꽃제비'들에게 둘러쌓였다. 먹고 살기 힘든 꽃제비들이 외국인과 무역일꾼들이 많이 드나드는 호텔에서의 구걸이 더 쉽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당국이 이들을 단속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생존본능이 앞선 이들의 메뚜기 전략에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북한 학술연구단체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NKSIS)는 나진선봉경제특구지역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9일 이런 사실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나진선봉경제특구지역 내 비파섬에 위치한 카지노호텔 주변을 떠도는 '꽃제비'들이 70~80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2.5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호텔 주변의 다리 밑에 종이박스로 집을 만들어 지내거나 아예 노숙을 하고 있다.

나진선봉경제특구는 북한이 1993~2010년까지 동북아시아의 국제적인 무역·금융·관광 기지로 건설할 야심으로 지정한 자유경제무역지대다. 꽃제비들이 몰려들고 있는 해당 카지노호텔은 홍콩 엠페러그룹(영황집단)이 5억 홍콩달러(미화 6400달러)를 투자해 2000년 완공한 7층짜리 5성급 호텔이다. 2004년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한 공무원이 도박혐의로 물의를 빚으면서 중국 요청에 의해 영업이 중단됐으나 최근 비공식적으로 카지노 영업이 재개됐다.

소식통은 "이 호텔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떼돈을 번 졸부들이어서 한 번 적선할 때 중국돈 5~10원(북한돈 2000~4000원)은 쉽게 준다"며 "이는 쌀 1kg이상을 살 수 있을 만한 큰 돈이어서 꽃제비들이 몰려들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카지노호텔에서는 마약거래도 심심찮게 이뤄진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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