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View 파워스타일] 대통령 여성특보 김영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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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가 최고가 되긴 쉽지 않다. 1호보단 1인자가 어렵다.

 김영순 대통령 여성특보가 자기계발서 『최초는 짧고 최고는 길다』를 쓴 이유다. 1988년 통일민주당 여성국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30여 년간 최초인 적도, 최고인 적도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서울의 첫 여성 구청장(송파구청장)이었다.

 비결이 뭘까. 그는 “여자라서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순간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로 밀려난다. 여자 동료가 아닌 동료, 여직원이 아닌 직원으로 승부하기 위해 두 배 더 과감히, 두 배 더 용감하게 일하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그랬듯 말이다.

 실무자일 때는 무채색 계열을, 관리자일 때는 선명한 색채를 택했다. 정무2차관(93년 12월~95년 3월)으로 있을 때를 포함, 수십 년간은 늘 누군가의 다음이었다. 품격이 있지만 소박해야 했기에 무채색을 골랐다. 2006년 구청장으로 첫 출근하는 날 오렌지색 재킷을 입었더니 남편이 깜짝 놀라더란다. “69만 송파구민을 위한 차림”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보라·꽃분홍·인디언핑크·진빨강·선홍색·코발트블루 등 다양한 색깔을 섭렵했다. 하지만 지난해 새 구청장이 선출된 뒤 다시 무채색으로 돌아갔다. 특보가 된 뒤론 더 조심스러워졌다. 총천연색 옷은 옷장 한 쪽에 잘 모셔뒀다. 다시 주인공이 될 날을 기다리며.

 재킷은 오랜 친구인 ‘에스키스’의 한지영, 조이연 선생의 옷을 즐긴다. 보세도 애용한다. 티셔츠와 바지를 주로 산다. 바지의 경우 소재가 좋고 기본적인 스타일이면 서너 개를 한꺼번에 마련할 때도 있다.

 

스카프를 즐긴다. 두르기만 해도 분위기가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에 사위가 준 에르메스 스카프는 지금도 애용한다. 아들도 대학생 시절인 7년 전 용돈을 아껴 살바토레 페라가모 스카프를 선물했다. 그러고 보니 ‘무심’한 건 둘째 딸이다. 행커치프 ①도 요긴하다. 아예 ‘전용’ 상자가 있다. 수십 장을 가지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 재킷 위 주머니에 꽂곤 한다.

 구두는 73년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한 가지 디자인을 고수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굽 높이가 7㎝인 스틸레토힐을 신었다면 구청장 이후엔 5㎝인 펌프스로 바꿨다는 거다. 활동량 때문이다. ‘탠디’②‘이사벨라’ 제품이 많다.

 가방을③ 기준으로 인생을 나눌 수 있겠다. 차관 시절엔 ‘휠라’ 가방을 들었다. 한나라당 부대변인 시절엔 이탈리아 브랜드인 ‘모레스키(Moreschi)’, 구청장 시절엔 ‘지방시’였다. 일 중심이다 보니 늘 서류가 많았다. 수행비서가 남자일 때도 있었다. 비즈백(beads bag)을 맡길 순 없지 않은가. 남자용 서류가방을 택해온 까닭이다. 이들 가방은 죽을 때까지 가져갈 거다. 이게 내 역사니까.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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