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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음료, 롯데·日기업 컨소시엄에 넘어갈듯

중앙일보

입력

해태음료가 97년 11월 부도 이후 2년만에 롯데와 일본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넘어갈 전망이다.

해태음료의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23일 국내 롯데호텔(지분율 19%)과 일본의 히카리 인쇄그룹(51%).아사히 맥주그룹(20%).종합상사 1개사를 포함한 2개사(각각 5%) 등 총 5개사로 이뤄진 컨소시엄과 해태음료를 3천85억원에 매각하는 협상을 완료, 오는 26일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흥은행은 또 이들 컨소시엄 참여업체의 내부 이사회 승인 등 관련절차가 마무리되는 25일께 해태음료 매각이 최종 확정되며, 채권자 동의절차 등을 거쳐 약 60일 후면 해태음료 양도가 마무리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료업계에선 국내 음료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롯데가 이번 컨소시엄에 포함된 점을 들어 독과점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위법성 여부에 대한 검토작업을 하고 있어 해태음료 매각이 예정대로 진행될지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 난항을 거듭해온 매각작업〓채권단은 당초 唜쩜슘?매각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으로 제일제당을 선정, 협상을 벌여왔으나 가격문제로 결렬됐고 지난 7월 공개입찰을 실시했다.

이때 참여한 원매자 3곳 중 가장 높은 3천89억원을 써낸 홍콩계 투자펀드인 클레리언 캐피털과 지난 9월말 본계약까지 맺었다. 하지만 이 펀드가 약속기한에 계약금을 입금하지 않아 다시 계약파기됐다.

이후 채권단은 7월 공개입찰에서 두번째로 높은 가격을 써냈던 롯데포함 컨소시엄과 재협상을 벌여 성사단계에 이른 것이다.

◇ 공정위 입장〓공정위는 이번 매각계약이 독과점을 촉발한다는 업계의 지적에 따라 독과점금지조항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강대형(姜大衡) 공정위 독점국장은 "롯데칠성음료가 국내 음료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비록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인 롯데호텔이 해태음료를 인수한?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면서 "다만 롯데호텔의 독자인수가 아니기 때문에 법위반 여부를 검토해봐야 한다" 고 밝혔다.

공정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롯데호텔이 이번 컨소시엄을 사실상 지배하는지를 밝혀내는 게 관건" 이라면서 "그러나 지배 여부는 단순히 지분요건만으로 판단할 사항이 아닌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어 고민 중" 이라고 털어놓았다.

◇ 해태.롯데의 입장〓해태그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롯데보다 더 좋은 조건의 인수업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많은 기업이 인수하게 됐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며 "30년간 경쟁관계에 있던 업체가 인수함으로써 임직원의 정서적 반감과 동요가 매우 크다" '고 주장했다.

반면 롯데는 "우리는 대주주가 아니고 지분만 참여한 상태" 라고 강조하며 "해태음료는 앞으로 독립된 회사로서 우리가 경영에 조언하는 역할만을 담당할 것" 이라고 말했다.

◇ 히카리(光) 인쇄그룹〓이번 컨소시엄에 최대 지분 참여한 히카리 인쇄그룹은 일본 롯데에 각종 인쇄물을 납품하면서 신격호(辛格浩.77)회장과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게 롯데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히카리 사주가 직접 해태음료 인수에 관심을 갖고 롯데측에 컨소시엄을 제의해와 辛회장이 지분만을 참여키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즉 히카리측이 한국 사정에 어두워 辛회장이 의리상 롯데호텔을 통한 소액참여를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인쇄업체가 평소 납품하던 식음료 업체를 인수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이번의 참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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