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남북 군사회담 결렬 … 긴장 고조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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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이 제의한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 여부를 논의하는 실무회담이 결렬됐다. 북측 대표단은 9일 열린 둘째 날 오후 접촉이 시작되자마자 천안함 폭침(爆沈)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전날 회담에서 남측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와 도발방지 확약을 본회담 의제로 요구한 데 대해 ‘본회담 가면 모든 것이 깨끗이 될 것’이라며 본회담 성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첫날과 둘째 날의 태도가 급변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둘째 날 회담 시작부터 북측이 어떻게든 본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기색이었다는 남측의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고 한다.

 실무회담이 결렬되는 과정을 보면 북한이 이번 회담을 제의한 속내를 읽을 수 있다. 북측은 첫날 회담에서 본회담 의제로 천안함·연평도와 함께 ‘군사적 긴장해소 문제’를 의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측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강하게 주장하자 군사적 긴장해소 문제를 통해 남측 주장을 반박하거나 물타기 할 의도였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회담 성사에 전전긍긍한다는 보도가 나가자 자신들의 의도가 관철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실무회담을 결렬시킨 것이다. 결국 북한은 처음부터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해 분명하게 책임지기보다 본회담에서 논쟁을 벌여 적당한 선에서 넘어가려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경과가 어떻든 회담 결렬은 북한의 선택이다. 북한이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할 때만 해도 긴장완화를 위해 전향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부 있었지만 잘못된 것이었음을 다시 확인시켜준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북한이 다시 회담을 제의하고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정부가 북측에 회담 개최를 제의할 가능성도 없다. 그렇다면 당분간 남북간 긴장은 지속되거나 오히려 고조될 위험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가능성을 포함한 향후 움직임을 충분히 예측하고 면밀하게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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