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셋이 딴 13번째 금 … 겨울AG 최다 금, 카자흐 겨울은 따뜻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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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박도영·노선영(왼쪽부터)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힘차게 달리고 있다. 노선영은 매스스타트에 이어 팀추월까지 금메달을 따면서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그는 “다 같이 고생한 결과로 금메달을 따게 돼 더 좋다”고 말했다. [아스타나=연합뉴스]


0.03초 차. 눈을 깜빡이는 순간보다도 짧은 시간. 그러나 대회 4관왕을 향한 이승훈(23·한체대)의 꿈을 깨뜨리기에는 충분했다. 이승훈은 2011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안게임 마지막 날인 6일(한국시간) 아스타나 인도어스피드스케이팅스타디움에서 열린 빙속 남자 팀 추월에서 이규혁(33·서울시청)·모태범(22·한체대)과 한 팀을 이뤄 달리며 3분49초21의 기록으로 값진 은메달을 추가했다. 금메달은 3분49초18을 기록한 일본이 차지했다.

 팀 추월은 두 팀(각 3명)이 400m 트랙을 반으로 나눠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경기다. 남자는 8바퀴(3200m)를, 여자는 6바퀴(2400m)를 달리며 세 선수 중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선수의 기록이 팀 성적이 된다. 한국 팀은 1000m를 주로 뛰는 이규혁의 체력이 막판에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몸 상태가 좋은 이승훈이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없었다. 그러나 이승훈은 이번 대회 5000m와 1만m·매스스타트 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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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팀의 아쉬움은 여자 팀이 달랬다. 이주연(24·한체대)·노선영(22·한체대)·박도영(18·덕정고)이 여자 팀 추월에서 3분04초35를 기록해 중국을 1초58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2일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딴 노선영은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노선영은 동생 노진규(19·경기고)가 쇼트트랙 남자 1500m와 5000m 계주에서 우승해 ‘남매 2관왕’이라는 드문 기록을 남겼다.

 제7회 겨울아시안게임은 이날 폐막식을 끝으로 8일간의 장정을 마쳤다. 한국은 금메달 13개·은메달 12개·동메달 13개를 따 카자흐스탄·일본에 이어 종합 3위에 올랐다. 금메달 11개·종합 3위 수성을 노렸던 한국은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역대 겨울아시안게임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종전 최고 성적은 1999년 홈(강원)에서 기록한 금 11개·은 10개·동 14개다.

 빙상과 슬로프에서 고르게 좋은 성적을 올려 메달 편중 현상에서 벗어난 점도 소득이었다. 빙상에서는 ‘빙속 3총사’의 두 축(모태범·이상화)이 무너졌지만, 장거리의 이승훈이 힘을 냈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후 ‘승부 조작’에 휘말렸던 쇼트트랙팀도 금메달 4개를 거머쥐며 명예 회복을 했다. 스키의 선전은 눈부셨다. 알파인의 김선주(26·경기도체육회)가 2관왕에 올랐고, 정동현(23·한체대)도 금메달을 땄다. 이채원(30·하이원)은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한국팀에 크로스컨트리 금메달을 안겼다.

 한편 일본 삿포로와 오비히로에서 열리는 다음 겨울아시안게임은 6년 후에 열린다. 본래 아시안게임은 4년에 한 번 열리지만,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겨울올림픽과 일정 조정을 위해 2017년에 제8회 대회를 열기로 했다. 여자 피겨스케이팅 김연아(21·고려대)와 아사다 마오(21·일본 주쿄대)의 불참에서 보듯, 올림픽을 마친 스타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불참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올림픽 직전 해에 아시안게임을 개최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스타나=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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