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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김희조씨 팔순축하 연주회

중앙일보

입력

한국음악계의 산증인 춘봉(春峯) 김희조(金熙祚)옹의 팔순축하 연주회가 열린다.

상업학교 출신으로 음악대학 문턱에도 가보지 않았지만 김씨를 빼고는 한국의 음악계을 얘기하기 힘들만큼 그의 존재는 특별하다.

일본 유학을 떠나지 않으면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할 수 없었던 시절, 은행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어 바이올린을 취미삼아 배운게 그의 음악 입문이었다.

음악이 좋아 직업이 돼버린 김씨는 초창기 개척자답게 양악(洋樂)에서 국악으로, 경음악에서 클래식으로, 연주에서 편곡.작곡으로 한국 음악계 저변의 초석을 놓았다.

한국창작음악연구회(회장 김정수)는 팔순을 몇달 앞두고 오는 14일 오후 4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조촐한 출판기념회와 축하연주회를 갖는다.

이날 공연에서 김씨는 합주곡 제1번을 직접 지휘할 예정. 02-2261-3456.

그는 육군 군악대장으로 한국전쟁 당시 군악대를 이끌고 평양에서 시가행진을 벌이기도 했고 서울시국악관현악단.국립가무단 초대 지휘자로 우리음악을 서양음악을 접목한 개척자였다.

그가 작곡한 서양식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에도 우리 민요가 흐르는 건 바로 그때문이다.

음악계에서는 국악관현악을 위한 11편의 '합주곡(合奏曲)'을 김씨의 음악세계를 집대성 한 작품으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협주곡'은 국내 국악관현악단들이 앞다투어 연주하고 있는 콘서트용 '국악 교향곡'인 셈이다.

82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의 위촉으로 완성된 '합주곡 제1번'부터 지난 9월 완성된 제11번에 이르기까지 금방 귀에 들어오는 민속악 스타일로 작곡돼 널리 연주되고 있다. 오랜 국악 편곡으로 다져온 기본기를 바탕으로 완성한 명곡들이다.

김씨는 58년 KBS스몰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부임, '수요일밤의 향연'이라는 프로그램에 방송할 목적으로 국악 편곡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한국 민요를 바탕으로 한 서양 오케스트라 편곡이나 국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 인기를 얻게됐다.

이와 함께 그는 우리 민요의 합창 편곡작업에도 힘을 기울였다. KBS합창단이 불러 전파를 탄 '울산아가씨' 덕분에 金씨는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되던 지난 97년 7월 울산시장의 초청을 받아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기도 했다.

'성조기여 영원하라' 등 외국 행진곡 일색이던 군악대에 '밀양아리랑 행진곡' 등 우리 민요 주제의 행진곡이 등장한 것도, 국빈 환영 의장행사에서 나오는 국악취타대가 창설된 것도 김씨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작품'이다.

김씨가 전통음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된 것은 63년 국악예고의 서양음악 담당교사로 출강, 쟁쟁한 민속악의 명인들과 교류하면서부터. 당시 국악예고 박헌봉 교장의 주도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창설되자 김씨는 자연스럽게 이 악단의 편곡담당을 맡았고 가야금산조의 명인 지영희씨에 이어 2대 지휘자를 지냈다.

악기별로 한명이 연주하는 단잽이 위주의 소편성에서 대규모 청중을 대상으로 한 콘서트용 합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판소리 명창들을 협연자로 내세운 '창(唱)과 관현악'이라는 새로운 장르도 선보였다.

"국악과 양악, 클래식과 경음악, 정악과 민속악의 구분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좋은 음악은 듣기에도 편한 법입니다."

김씨는 지휘자로 활동 중인 차남 김덕기(서울대 음대 교수) 씨와 함께 서울 연남동 자택에서 살면서 마지막 창작혼을 불태우고 있다.

김희조 연보

20년 서울 태생
33년 동성산업학교(현 동성중고교) 입학
39년 한성은핸(현 조흥은행) 남대문 지점 입사
46년 고려교향악단 비올라.더블 베이스 주자 겸 편곡담당
50년 육군본부 군악대장
57년 신흥대(현 경희대) 작곡과 교수(작곡이론.관악합주)
58년 KBS 관현악단 상임지휘자
62년 예그린악단(뮤지컬) 편곡 담당
67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2대 상임지휘자
74년 국립가무단(현 서울뮤지컬단) 초대단장
82년 서울예전(현 서울예술대학) 국악과 교수
86년 아시안 게임 개페회식 음악 총감독

주요작품

국악 '가야금 산조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뮤지컬 '시집가는날'. '달빛 나그네', '대춘향전'
무용음악 '심청전', '처용', '수로부인'
행진곡 '충성을 다하라'
합청곡 '옹헤야', '울산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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