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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국내 일반고 3학년생 미국 아이비리그 진학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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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에 다니는 최홍록(서울고 2)군은 두 달 전부터 미국대학에 입학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인권운동가가 되고 싶은 최군에게 선진국 복지정책의 풍부한 자료와 임상사례가 있는 미국 대학이 적합할 거라는 주위의 조언을 듣고 난 뒤부터다. 하지만 새학기에 곧 고 3이 될 최군은 미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준비를 전혀 해두지 않은 상태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공인성적 5월 AP…10월 SAT 시험 목표로

 미국의 최상위권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크게 ▶고교 내신성적(GPA) ▶공인성적(SATⅠ·Ⅱ와 AP·토플) ▶비교과활동 ▶추천서 ▶에세이의 5가지다.

 이 중 최군은 GPA와 비교과활동, 토플 점수를 제외한 모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다. 리얼SAT 어학원 권순후 대표는 “올해 12월에 접수를 시작하는 미국 대학 정시까지 약 1년이 남았다”며 “체계적인 연간계획을 세워 실천한다면 상위권 대학에도 도전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기간 동안 SATⅠ 2000점 내외, SATⅡ 2과목·AP 2과목을 치를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당장 1월부터 준비할 영역은 AP(대학 선이수학점)와 SATⅡ다. AP는 매년 5월 단 1회만 시험이 실시된다. 과목 선택엔 요령이 필요하다. 역사와 같은 문과 과목은 우리나라 고교과정에서 배우는 내용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 에세이도 작성해야 하므로 단기간 준비로 도전하기엔 어렵다. 반면 수학·물리·화학과 같은 이과 과목은 계산식 단답형 질문이 많고 한국 학생이 접근하기 쉬운 편이다. SATⅡ의 과목과도 내용이 유사해 두 영역을 한번에 목표로 삼아 공부할 수도 있다. 5월에 AP시험을 치른 뒤 6월에 SATⅡ를 시험 보는 식이다.

 S A TⅠ·Ⅱ는 국내에서 연중 6회(1·5·6·10·11·12월) 응시할 수 있다. 우선 어휘 수준을 미국 고교생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학습부터 해야 한다. 겨울방학 동안엔 SAT에 주로 등장하는 단어암기에 매진한다. 일부 대학에서는 원서 지원 전까지 시험 쳤던 과거 SAT 점수를 모두 요구하기도 한다. 따라서 실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5월에 시험을 치르기보다는 여름방학에 집중 학습을 마친 뒤 10월과 11월에 응시하는 것도 좋을 수 있다.

 AP와 SAT시험을 주관하는 칼리지보드(www.collegeboard.com)에서 공식적으로 출판하는 기출문제집을 집중적으로 학습해 유형을 익히는데 중점을 둔다.

 학교 내신성적에도 신경 써야 한다. 1등급에서 2등급 이내를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여름방학이 끝난 직후엔 미국 대부분의 대학에서 요구하는 공통원서 작성 준비를 시작한다. 영문으로 출력된 학교성적증명서와 교사만 작성할 수 있는 카운슬러 리포트·추천서 등을 준비해 나가면 된다. 토플점수는 필수다. 권 대표는 “상위권 대학 기준으로 iBT 100점 정도가 안정선”이라고 말했다.

비교과 지금껏 해온 활동을 확장·마무리하기

 최군의 비교과 활동 경력은 다양한 편이다. 중 3 때 인권운동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뒤 부터 고교연합 인권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집 근처에 위치한 방배유스센터에서 방학마다 ‘청소년 인권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최군은 “인권위원회 주최 대회와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대회, 서울자원봉사대회에 출전해 수상하기도 했다”며 “이런 활동을 어떻게 입학사정관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올해 수시전형으로 미 유펜대학에 합격한 조영찬(청심국제고 3)군이 최군에게 조언을 해줬다. 그는 “3학년은 지금껏 해 왔던 활동을 확장해 마무리하는 시기”라며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도전해보라”고 말했다.

 지난 2년간 활동했던 동아리의 대표를 맡아 직접 인권 관련 행사를 개최하거나, 캠페인을 진행해보면 적극적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인권과 평화에 관련된 다양한 세미나에 주기적으로 참석해 후기를 정리하고, 이런 경험을 활용해 에세이를 써 보는 연습을 해도 좋다. 관련 지식을 쌓은 뒤엔 특정 주제를 선정해 연구한 소논문을 편찬해볼 수도 있다.

 조군은 “흔히 특목고에선 1학년 때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보고, 2학년 때는 주력 활동을 선정한 뒤 3학년에 마무리한다”며 “자신의 꿈과 비교과활동이 연결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지금 홍록이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남은 1년간 공부와 비교과활동간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며 “성적이 다소 부족하다면 과감히 비교과활동을 부분적으로 포기하고, 활동이 부족하다면 반대로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대처하라”고 덧붙였다.

정보수집 인터넷·유학준비생 모임 적극 활용

 미국대학의 틈새를 공략하는 방법도 있다. SAT나 AP를 요구하지 않는 대학을 노리는 전략이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버나디노에 합격한 이드보라(19)양은 고 3이 될 때까지 미국 유학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국내대학의 입시절차를 거치면 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학 1학년을 중앙대에서 교환학생 신분으로 다니다 2학년부터 졸업할 때까지 캘리포니아 주립대로 다닐 수 있는 제도였다. 이양은 고교내신성적과 토플점수를 제출하고 국내에서 한국어로 진행된 면접만 본 뒤, 최종 합격하는 기쁨을 안았다. 이양은 “한국에서 국내 대학을 1년 다니기 때문에 여유롭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었다”며 “비용과 어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말했다.

 출신 고교의 지원으로 유학을 가기도 한다. 인천 박문여고 3학년에 재학중인 박현아(18)양은 얼마 전 수시전형으로 미국 오하이오주의 노틀담 대학에 합격했다. 학교가 이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어 토플점수와 내신만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두 학교가 체결한 협약에 의거해 학비도 50% 가량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일반고에서 미국대학 입학을 준비하는데 최대의 걸림돌은 정보 부족이다. 권 대표는“추천서부터 각종 접수시기를 수시로 알려주는 특목고와 달리, 일반고생은 항상 정보를 수집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며 “미국유학 전문카페 등에 가입해 알림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모임을 결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최홍록(사진)군은 “AP?SAT 실력과 고교 내신성적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겨울방학 동안 집중공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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