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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결빙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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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9도를 기록한 지난 2일, 기상청은 “한강이 올겨울 들어 처음 얼었다”고 발표했다. 강변 쪽으로는 수일째 얼음이 서려 있는데 왜 이날 한강이 처음 얼었다고 했을까. 해답은 한강 결빙을 판단하는 지점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 위치는 한강대교(제1한강교) 2∼4번 교각 사이 상류 방향 100m 지점이다. 이곳에 얼음이 생겨 물속을 볼 수 없게 되면 ‘한강 결빙’이다. 오후에 날이 풀려 녹았더라도 결빙 날로 인정한다. 그래서 2일부터 7일까지 6일간 연속으로 한강이 얼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지점이 결빙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 건 기상청이 1907년부터 1998년까지 종로구 송월동에 있었기 때문이다. 기상청 측은 가장 가까워 관측하기 쉬운 한강 다리인 제1한강교(한강대교) 인근을 기준으로 삼았다. 기상청은 1998년 동작구 신대방동으로 옮겼으나 관측의 일관성·정확성을 위해 결빙 기준 지점을 바꾸지 않았다. 기상청은 옮겼어도 기상관측소는 송월동에 그대로 남았다. 서울의 첫눈, 첫 서리, 첫 얼음, 적설량, 개나리 개화 시기는 모두 송월동이 기준이다. 기상청 직원들 사이에 ‘송월동에 눈이 와야 진짜 첫눈’이라는 말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강은 낮 기온이 영하인 날씨가 3일 이상 이어지면 언다. 한강이 가장 빨리 얼었던 해는 1934년 12월 4일이며, 가장 늦었던 때는 1964년 2월 13일이다. 1900년대 80일이었던 결빙일 수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1960년대 42.2일, 70년대 28.7일, 80년대 21일, 90년대 17.1일, 2000년대 14.5일로 계속 줄고 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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