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민 “국장님 잘 하셔야, 상관·부하 고과도 OK”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임채민(사진) 국무총리실장이 공무원 ‘연대평가제’라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총리실에 도입했다. 국장(2급)의 실적 평가에 따라 상급자인 실장(1급)과 하급자인 과장(3·4급)이 함께 영향을 받는 제도다. 총리실은 지난주 이 같은 내용의 ‘인사 시스템 개선 방안’을 내부 전산망에 올렸다. 이 제도는 내년부터 시행된다.

 연대평가는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국장은 먼저 2장 분량의 업무실적서를 제출해 평가를 받는다. 만일 국장이 A등급을 받으면 아래 과장들도 A등급을 많이 받게 된다. 또 A등급을 받은 국장을 많이 둔 상관(실장)은 A등급을 받는다. 이 같은 평가 내용은 연말 성과급 지급 때나 승진 인사 때 반영된다.

 임 실장은 지식경제부 제1차관 시절인 2009년 연대평가를 실시했다. 그는 “당시 이런 안을 꺼낸 것만으로도 공무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달간 이 제도에 대한 총리실 내부의 의견을 들었다. “국장 중심으로 위아래를 평가하면 국의 실적이 최우선 기준이 되는 만큼 실적 위주의 평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동안엔 공무원 개별평가가 이뤄져 왔기 때문에 오래 근무하고 상위직에 있을수록 등급을 높게 받는 ‘연공서열식 평가’가 사실상 관행이 되다시피했다. 하지만 연대평가를 하게 되면 실적이 없는 국의 실·국·과장은 연공서열에선 앞서도 좋은 고과를 받기 어렵게 된다.

 임 실장은 “연대평가를 하면 함께 책임지고 함께 성과를 나누는 만큼 누구는 일하고 누구는 쉬는 식이 될 수가 없다. 등급을 함께 받는데 ‘내 일이 아니다’라며 회피하기도 어려워진다”고 간부들에게 강조했다 한다. 연대평가 도입엔 ‘일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특히 총리가 바뀔 때마다 외부 인사가 새로 충원되고, 출신 부처가 다른 공무원이 함께 일하는 ‘외인구단’ 성격의 총리실에서 임 실장은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 인사 담당 간부는 전했다. 연대평가를 도입하면 색깔이 다른 총리실 직원들이 함께 엮이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임 실장은 기대했다는 것이다. 

연대평가의 단점은 일괄적으로 등급이 매겨지는 데 있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임 실장은 직급별 승진 인원의 20% 범위 내에서 특별 승진제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총리실의 한 간부는 “국장들의 책임이 무거워짐에 따라 국장들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 2010 중앙일보 올해의 뉴스, 인물 투표하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