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토론막은 'MBC토론'

중앙일보

입력

"어제 MBC'정운영의 100분 토론'을 보면서 예상컨대 2010년쯤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2'가 방송될 것 같다."(SJHEE79)

22일 오전 MBC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린 시청자 의견이다.'이제는…'는 MBC가 한국 현대사의 감춰진 부분을 당시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재조명해 호평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21일 심야에 생방송으로 진행된'…100분 토론'은 최근 중앙일보 언론 탄압사태의 실상을 전달하지 못해 훗날을 기대하겠다는 가시 돋친 비판이다.같은 인터넷 페이지에서 또 다른 시청자는 "언론탄압은 당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며 거기에 MBC는 대표적으로 당하는 그런 기관이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프로였다고 생각합니다"고 꼬집기도 했다.(ZV301047)

"절대로 외압은 있을 수 없다.이번만큼은 믿어달라. 방송의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확언해온 MBC'…100분 토론'이 이처럼 출발부터 냉소적 반응을 얻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토론 프로의 ABC인 패널구성의 객관성을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사태를 논하면서 출연이 예정됐던 중앙일보 비상대책위원장을 방영 7시간 전에 급작스레 불참케 하고,나머지 5명을 가지고 프로를 이끌어간 것은 분명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무런 배경 설명조차 없이 "중앙일보가 못나와서 아쉽다"며 토론을 시작한 것도 중앙일보가 고의로 토론을 기피한 것 같은 오해를 주기에 충분했다.

제작진은 "박지원(朴智元)
문화부장관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일보측 주장만 듣는 것은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해명했지만 그렇다면 중앙일보를 빼고 중앙일보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포진시켜 토론을 진행한 것이 과연 공정성을 지키려는 노력이었는지 의심스런 부분이다.또 방영 전에 기자에게 "부끄럽다" "미안하다"고 고백한 고위 제작진의 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이래저래 21일 토론은 중앙일보 사태를 편향적인 시각에서 재단하고 언론개혁이란 명제를 원론 수준에서 맴도는 시간에 그쳤다.제작진이 애써 강조하던 토론의 생명인 논쟁은 실종되고 각자 입장만 주장하는 맥빠진 프로로 변질됐다.패널선정이란 첫 단추를 잘못 달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통합방송법이 상정돼 있다.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방송독립이 그 법안의 뼈대다.그 속살을 채워나가기 위해서도 평소 공영방송을 자처해온 MBC의 책임있는 자세가 절실하다.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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