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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진동’ 롤러코스터는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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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4일 아침 서울의 기온은 영하 15.1도까지 곤두박질했다. 1980년 12월 29일 영하 16.2도 이래 30년 만의 12월 최저기온이다. 이날 서울의 한낮 최고기온도 영하 9도에 불과해 하루 종일 강추위가 맹위를 떨쳤다. 기상청은 성탄절인 25일에는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한 추위는 27일께부터 점차 풀려 평년 기온을 회복할 전망이다.

 이 같은 추위는 3월 중순의 봄날씨처럼 포근했던 사흘 전(21일)과는 딴판이다. 21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영상 0.9도였고 낮 기온은 영상 10.8도까지 올라갔다. 두 날의 아침 기온만 최대 16도 차이가 난다. 한반도의 기온이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 기후예측과 김지영 연구관은 “올겨울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 두는 제트기류 소용돌이가 약해지면서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남하하고 있는데, 한반도는 찬 공기 흐름의 한복판이 아닌 가장자리에 위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트기류는 지표면에서 7~12㎞ 상공에서 시속 100㎞ 정도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빠르게 흐르는 기류다. 지구의 자전과 공기의 대류가 합쳐져 만들어지며 북반구에서는 북위 30~60도 사이에서 나타난다.

지난겨울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제트기류 소용돌이가 약해진 것은 북극과 중위도 지방 사이의 기압 차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상학자들은 기압 차이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을 ‘북극진동’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원인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는 북극의 찬 공기가 직접 한반도를 향해 지속적으로 흘러든 탓에 추위가 3주간이나 지속됐다. 하지만 이번 겨울 찬 공기 흐름의 주된 방향은 중국과 러시아 캄차카 반도 쪽이다. 한반도는 주된 흐름에서 비켜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찬 공기의 흐름에 변화가 생겨 일시적으로 한반도로 내려올 때만 짧게 강추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4~16일 전국에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몰아쳤다. 이어 19~22일에는 포근한 날씨, 24~25일에는 다시 강추위가 몰아닥치는 ‘롤러코스트 12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와는 달리 찬 공기가 계속 내려오는 유럽과 중국, 북아메리카 등지에서는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영국·프랑스 등의 공항이 마비되고, 미국 중서부도 최고 50㎝에 이르는 폭설이 내렸다. 김 연구관은 “내년 1월에도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져 전반적으로 기온은 평년보다 높겠지만 두세 차례 강추위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기상청은 충남 서해안과 호남 지방에는 26일 자정까지 최고 20㎝의 눈이 내리는 것을 비롯해 26일 오전까지 많은 눈이 올 것으로 전망했다. 충남 내륙과 전남 남해안, 제주도 등지에도 26일까지 3~8㎝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26일에는 서해상의 눈 구름대가 내륙으로 들어오면서 서울 등 중부 지방에도 눈이 내리기 시작해 28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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