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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아시아 채권시장 미숙으로 위기 발생'

중앙일보

입력

아시아의 채권시장이 제대로 발달돼 있었다면 지난 2년간 전세계를 휩쓴 경제적 혼란은 피할 수도 있었다고 앨런 그린스펀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9일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FRB 주최로 애틀랜타에서 열린 금융관계자 회의에서 아시아 금융 위기의 주요 교훈 가운데 하나는 은행이 곤경에 빠지고 자본시장이 경색됐을 때 자금을 융통해 줄 채권시장이 있다면 금융상의 혼란을 더 잘 견뎌낼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가을 세계적 금융 위기속에서도 미국 경제가 궤도를 벗어나지 않은것은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채권 투자자들이 신규채권 매입을 꺼릴때 은행이 채권시장을 대신해 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작년 가을 미국 경제에서 깨달은 중요한 일반 원칙은 저축을 자본투자로 전환시키는 대안이 여럿 있다면 보완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금융계 내부의 다양성은 금융 문제가 경제 전체의 골칫거리로 확대되지 않도록 보험을 제공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는 30여년동안 외관상 강력한 성장을 구가하면서 은행 체제의 보완수단에 대한 필요성을 외면했다고 지적하고 "펑크가 날 때까지는 스페어 타이어 걱정을 하지 않지만 동아시아는 스페어 타이어가 없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90년대 들어 일본의 경제적 어려움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도 채권시장이 은행을 대체해 기업체에 대한 자금 공급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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