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회장 '대우車 손뗄수도' 발언 파문

중앙일보

입력

대우 김우중(金宇中)
회장의 거취가 어떻게 될까.金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이근영(李瑾榮)
산은총재와 만나 대우자동차 경영권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의 다음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우측은 "金회장이 그룹 회생을 위해 필요하면 용퇴 할 수도 있다는 원칙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조기 퇴진론을 즉각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 쪽에선 대우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金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의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金회장은 전경련 회장 사퇴후 부평 대우차 공장에 머물면서 회생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다음 주에는 유럽 출장에 나설 계획인 등 활발한 경영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측 해명=金회장의 발언 자체는 부인하지 않지만,이는 대우 사태가 불거진 후 그가 수차 언급한'경영 정상화 뒤 퇴진'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우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대우차의 주채권 은행이 서울은행에서 최근 산은으로 바뀐 것을 계기로 金회장이 인사차 李총재를 만나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대우차 국영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강조하기 위해'마음을 비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金회장은 지난달"내년까지 내수 판매가 정상화되고 대우가 세계10위권에 들 때까지 경영에 적극 참여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우측도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 작업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내심 타의에 의한 金회장이 퇴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입장=金회장이 대우차 경영에서 손을 떼기를 바라며 압박해 가는 분위기다.산은 李총재는 최근 사석에서"金회장이 국내외 채권단에 신뢰를 잃어 그의 경영능력은 한계에 달했다"며"그가 대우차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겠다"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도"대우차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전환으로 산은이 최대주주가 되면 金회장을 대우차에서 손 떼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대우차를 헐값으로 외국에 넘기기 보다는 존속시키면서 자산가치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산은이 대주주로서 일단 대우차 경영권을 인수하고 경영진을 개편한 뒤 부실을 정리,자산가치를 높여 3자 매각하는 방안을 재경부 등에 건의했었다.

채권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대우차와 GM과의 매각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金회장이 결국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과 정부 일각에서는 金회장이 퇴진할 경우 아이아코카를 영입한 미국 크라이슬러 자동차처럼 처리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렬·표재용 기자<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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