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적이다” 5년 새 2배로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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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5년 전 북한은 ‘형제’(2005년 52.1%→ 2010년 45.5%)거나 ‘우리’(45.5%→ 33.6%)였다. 이제는 그러나 ‘적’(15.3 → 31.9%) 또는 ‘남’(18.4 → 31.9%)이라고 해도 무방한 관계가 됐다. 2005년과 올 한국인의 정체성 조사를 비교한 결과가 그렇다. 본지 여론조사팀의 2일 조사도 다르지 않았다. 적(36.6%)·남(29.6%) 또는 형제(39.8%)·우리(33.1%)란 답변이 비슷하게 나왔다. 상대적으로 50·60대 이상에선 적(44.6%, 53.7%), 20·30대에선 이웃(46.8%, 52.9%)이란 인식이 강한 반면 40대에선 형제(44.8%)란 견해가 우세했다.

 ‘북한 동포에 대한 친밀감’이 5년 사이 73.5%에서 55.2%로 줄어드는 바람에 미국(68.2→73.7%)·일본(68.3→73.2%)·중국(70.1→60.6%) 동포보다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한과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인식하는 경향 또한 짙어졌다(77.7→80.5%). 또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정부가 남한’이라는 답변이 58.9%에서 67.9%로 늘었고 대한민국 영토를 남한(25.8→45.3%)으로 한정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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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인식의 보수화는 정책 문제에서도 확연했다. 북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절반 이하였다(40.4%). 2005년(59.7%)은 물론 불과 한 달 전 조사(53.0%)와도 크게 달라진 것이다. 반공(反共)을 국가이념이나 중요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가 절대 다수였으며(85.5%) 특히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강했다(92.7%). 2005년엔 각각 64.8%, 72.2%였다. ‘독자외교’(37.1→26.5%)보단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30.3→37.9%)는 의견도 5년 전보다 늘었다.

 이런 인식은 통일 회의론으로 이어졌다. 정체성 조사에서 ‘굳이 통일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7.9%에서 5년 만에 19.3%로 늘었다. ‘통일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19.6%에서 23.5%로 많아졌다. 반면 ‘빨리 통일을 해야 한다’는 답변은 17.4%에서 10.4%로 줄었다. 특히 20·30대에서 통일 반대론이 30.4%, 21.6%로 높아졌다. 통일비용을 두고도 ‘전혀 내지 않겠다’는 의견이 30.4%에서 60.5%로 두 배로 늘었다. 연평도 공격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개발 ▶천안함 도발로 인한 안보불안 증가 ▶더불어 최근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3대 세습 등 일련의 사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체성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1019명을 상대로 개별면접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표집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중앙일보 조사는 705명에 대해 전화면접으로 실시했으며 95% 신뢰수준에서 ±3.7%포인트(응답률 14.9%)다.

이내영 ARI 소장,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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