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미·중 관계에 끼인 아시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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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브라마 첼라니
인도 정책연구센터 교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근 열흘간의 아시아 순방은 전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갈수록 야심을 드러내는 중국과 주변국들의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이어서다. 지난해 오바마는 글로벌 파트너로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후변화부터 글로벌 금융규제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기 위해 중국의 도움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이 밝혔듯 미국이 추구하는 중국과의 관계는 소위 ‘전략적 보증(strategic reassurance)관계’다. 이를 구축하려면 미국은 중국에 더욱 많은 양보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오바마는 전임 대통령들의 행보를 답습하고 있다. 중국이 지나치게 거만해질 때 아시아 주변국들을 동원하는 것 말이다. 역학 측면에서 그들 국가가 중국과 균형을 이루길 바라는 것이다. 급성장 중인 아시아는 지구촌의 지정학적 상황 변화에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불균형의 조짐이 보이면 각국은 안정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아시아 국가들 간의 안보 협력을 강화했다. 이런 협력은 중국의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무리한 행동을 제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파트너십은 천천히 이뤄지는 법이다. 양측 모두에게 광범위한 이해와 적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국은 인도와 ‘소프트 동맹(soft alliance)’을 통해 관계를 강화 중이다. 이를 통해 인도는 아시아 문제에 개입하려는 미국 정책의 기반이 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베트남에도 접근하고 있다. 두 나라는 심지어 핵기술 전수를 위한 핵 협정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워싱턴과 하노이에 냉전의 유산이 어느 정도 남아있기 때문에 베트남 공산당 내에선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인데 일부 베트남인은 미국이 베트남 정권을 바꾸려 한다고 우려한다.

 미·중 관계의 설정은 쉽지 않다. 어느 한쪽도 공개적으로 대립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의 부상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 확대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아시아 내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고 새 동맹국을 끌어들일 수 있게 해준다.

 미국은 아시아의 정치·군사적 지형도에서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다른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중국·인도·일본 등이 삼각형을 형성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중국은 가장 큰 변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두 변은 인도와 일본의 몫이다. 하지만 인도와 일본이 차지하고 있는 변을 합하면 항상 중국의 변보다 크다. 인도와 일본이 급속히 가까워지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이 삼각형에 러시아를 포함시켜 4각형을 만든다면 중국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진다.

 중국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올해 중국은 일본·인도 등 주변국들과의 영토 분쟁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 때문에 중국 지도자들에게 2010년은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미국이 다시 아시아의 중심 무대에 등장하게 된 이유다.

브라마 첼라니 인도 정책연구센터 교수
정리=최익재 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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