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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F-15K와 미그-23 공중전 벌였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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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9일 서해에서는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에서 출격한 함재기와 F-15K 등 우리 군 전투기들이 적 항공기를 차단하는 훈련을 벌였다. 대북 공중전과 정밀타격을 위한 연습이다. 실제 북한군이 연평도를 해안포·방사포로 공격했던 23일 오후 남북 간에 공중전이 일어날 뻔했다. 북한군 공격 직후 공군 KF-16과 F-15K 각각 4대가 비상 출격했다. 비슷한 시각 북한군 미그-23 5대가 서해 5도 인근에서 초계비행을 하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우리 정부가 전투기 탑재 미사일로 적 기지나 미그-23기를 공격했다면 확전은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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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중전이 벌어졌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전문가들은 우리 공군의 승리로 끝났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군 관계자는 “레이더 성능과 무장능력, 전자장비 시스템 등에서 차이가 커 북한군 전투기가 격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먼저 레이더 탐색거리다. F-15K는 220㎞에 이른다. 75㎞에 그치는 미그-23기의 성능을 압도한다. 적기를 먼저 발견해 요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F-15K는 ‘헬멧장착 시현장치’라는 시스템도 갖췄다. 조종사의 헬멧 앞 부분에 고글처럼 붙어 있는 시현기(바이저)에 각종 비행 데이터가 나타난다. 이 시스템은 컴퓨터를 통해 미사일 탐색기와 연동돼 있어 조종사가 목표물을 쳐다보면 F-15K에 장착된 미사일의 눈(탐색기)도 함께 움직여 목표물을 겨누게 된다. 탐지와 동시에 자동 조준이 이뤄져 적기와 마주치더라도 더 빨리 공격할 수 있다. F-15K가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지원을 받을 경우에는 전력 차가 더 벌어진다. F-15K에 장착된 ‘데이터 링크 16’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부터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훨씬 효과적인 공대공 작전이 가능하다.

실제 1982년 제1차 레바논 전쟁 당시 이스라엘 F-15기와 시리아의 미그-23, 25기 간의 공중전은 이스라엘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당시 레바논 베카계곡 상공에서는 양국 전투기들이 3일 동안 공중전을 벌였다. 이 전투에서 이스라엘의 F-15 40기는 시리아의 미그-23, 25 44기를 격추하는 전과를 올렸다. 반면 F-15는 단 한 대도 격추되지 않았다. 배창식 전 공군작전사령관은 “성능으로만 따지면 미그-23은 F-15K와 일대일로 맞닥뜨렸을 때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 전 사령관은 “성능도 중요하지만 관제 능력과 조종사들의 훈련상태가 변수”라면서 “평소 얼마나 적 전투기에 대한 대비태세가 잘돼 있느냐가 승패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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