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분양가 딜레마’에 빠진 왕십리뉴타운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서울 지역 분양예정 아파트를 소개하는 신문기사의 단골 콘텐츠는 성동구 왕십리뉴타운이다. 4년 넘게 ‘분양예정’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분양 얘기가 처음 나온 건 왕십리뉴타운 2구역 조합설립인가가 난 2006년 5월. 당시 조합 측은 2006년 가을께 일반분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왕십리뉴타운은 강남권이나 서울 강북 도심권과 가까운데다 4개 노선의 지하철(2호선ㆍ5호선ㆍ중앙선ㆍ분당선)을 인근에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여서 서울지역 분양예정 단지 중에서도 ‘관심사업지’로 꼽혔다.

5000가구에 가까운 미니신도시급 대규모 아파트 타운이 서울 한복판에 만들어지는 것이니만큼 주택수요자들의 관심도 쏠렸다.

조합원 갈등과 법정분쟁으로 분양 지연

그러나 조합원간 갈등과 이에 따른 법정 분쟁 등으로 4년 넘게 분양일정이 지연됐다. 조합 측이나 시공사 컨소시엄은 올해 안에는 반드시 분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마저도 공염불이 됐다. 시공사 컨소시엄 측은 현재 내년 2월께 일반분양을 할 예정이라고 주택수요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분양계획도 확정된 건 아니다. 소송 관련 문제가 다 해결된다 가정하더라도 큰 걸림돌이 있다. 분양성패를 좌우하는 분양가 문제다. 올 8월 조합원 분양을 마친 2구역의 경우 예상 일반분양가가 3.3㎡당 2000만원대 초반이다.

주변 기존 아파트 시세(3.3㎡당 1500만원 안팎)은 물론 조합원 분양가(3.3㎡당 1400만원 안팎)와도 차이가 크다 보니 일반 분양에서 대거 미분양이 발생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구역의 경우 4개 대형건설사가 콘소시엄 형태로 지을 예정인데 컨소시엄 중 2개 건설사는 조합원 분양 전에 “조합원 분양가를 높이고 일반 분양가를 낮추지 않을 경우 콘소시엄에서 빠지겠다“고 조합 측에 알렸었다.

예상 분양가대로 사업을 할 경우 미분양이 뻔하고, 그렇게 될 경우 시공사 입장에서는 공사비를 제때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조합의 설득 등으로 컨소시엄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일반 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합원 입주권 매매시장에서는 사업전망을 불투명하게 보는 조합원들이 매물을 내 논다. 일반분양의 미분양이 심각해질 경우 조합원부담금이 추가로 늘어나 입주권의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일부 시공사 ”일반분양가 낮추고 조합원 분양가 높여야 가능“

2구역이 대표적일 뿐 다른 구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현재 1구역 109㎡형(이하 공급면적)을 배정받는 입주권을 권리가액 3억2000만원, 조합원 프리미엄 1억4000만원, 조합원 추가부담금 1억원 등 총 5억6000만원을 들이면 살 수 있다.

같은 면적형의 일반 분양 예상가 6억6000만원보다 1억원이 싸다. 뉴타운에서 조합원 배정분이 일반분양분보다 로열층ㆍ로열동임을 감안하면 더욱 싼 가격이다. 157㎡형의 경우 조합원 매물이 일반분양예정분보다 2억원이나 싸다.

익명을 요구한 이 지역의 공인중개사는 “로얄층인 조합원 매물을 일반분양분보다 2억원 가량 싸게 살 수 있는데도 수요자들의 입질이 전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반분양을 강행하는 건 무모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일반분양가를 낮출 수도 없다. 일반분양가를 낮춘만큼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반발할 것은 당연하다.

한 재개발시장 전문가는 “사업계획을 짤 당시인 2006년만 해도 주택시장이 호황이었기 때문에 일반분양가를 높여도 사업성이 충분할 것으로 조합이나 시공사 측은 판단했다”며 “사업이 지연되면서 시장상황이 바뀌었고, 또 사업지연에 따른 비용증가분이 모두 일반분양가에 더해지면서 상황이 꼬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일반분양가 딜레마’가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호전되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