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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에 10년간 20조 투자 … 계열사 팔 계획 전혀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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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앞줄 가운데)이 18일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에 있는 선영 참배를 마치고 그룹 임원들과 함께 걸어나오고 있다. [하남=연합뉴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첫 삽을 떴고, 고 정몽헌 회장의 손때가 묻은 현대건설을 이제야 되찾았다.”

 내용은 비장했지만 표정은 밝았다. 현대그룹 현정은(55) 회장은 18일 오전 임직원 100여 명과 함께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에 있는 두 선대 회장의 묘소를 참배했다. 내려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그는 “위에 계신 두 분도 많이 기뻐했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현 회장은 “지금 할 일은 어렵게 되찾은 현대건설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라며 “현대건설을 ‘글로벌 톱5’로 만들기 위해 202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녹색산업 분야와 차세대 기술 육성을 통해 현대건설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게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이어 “현대건설 인수로 현대그룹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5조5100억원의 인수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겠느냐는 질문에는 “국내외 투자자들을 (충분히) 접촉했다”며 “그 부분은 염려 안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기존 현대그룹 계열사나 현대건설의 자산을 매각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양쪽 모두) 전혀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인수전에서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과 경쟁하면서 관계가 소원해진 부분은 어떻게 풀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앞으로 잘 지낼 것”이라고 답했다. “정몽구 회장님을 제가 존경하고… 집안의 정통성은 그분에게 있다”는 말도 했다. 정 회장은 현 회장의 시아주버니다.

 현대건설 본입찰이 마무리되면서 다시 불거진 현대그룹 채권단과의 재무구조 개선약정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현대상선이 이미 (실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굳이 약정이 필요하겠느냐는 취지로 들렸다. 현대건설 현 임원들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아마 대부분 다 (그대로) 계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알짜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계획에 대해선 “실사를 해보고 앞으로 검토해 봐야죠”라고 답했다.

 2년 넘게 중단된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문제는 정부 차원의 사안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제 재개할 타이밍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너무 오랫동안 (남북이) 대치관계에 있었다”는 것이다. 마침 이날은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1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금강산 관광을 담당하는 현대아산의 장경작 사장도 이날 조회에서 “금강산 관광은 반드시 재개돼야 하며, 그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운명”이라고 말했다. 장 사장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에서 중장기적 남북 경협사업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회장은 이날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자금을 비롯한 인수자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보안상 말을 할 수가 없게 돼 있다”는 얘기만 했다. 인수전을 주도한 하종선 그룹 전략기획본부장 역시 “의심의 여지 없이 본계약까지 간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현 회장의 딸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는 이날 경남 창원에서 열린 ‘현대마산호’ 명명식에 참석하느라 참배에 불참했다.

하남=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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