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도민 뜻 거스른 경남도의 자가당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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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정부가 결국 경상남도에 위탁한 4대 강 사업권을 회수하고 직접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대응하겠다”며 반발했다. 국책사업을 두고 중앙·지방정부가 법정다툼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판이다.

 이번 다툼의 원인은 4대 강 사업 자체를 반대하면서도 위탁받은 사업권은 내놓지 않겠다는 경남도의 자가당착(自家撞着)에서 비롯됐다. 우리는 지난달 경남도가 4대 강 사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을 때 이미 사업권을 반납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남도는 원치 않는 사업권을 내놓지도 않으면서 사업을 지연시켜 왔다. 경남도가 위탁받은 13개 공구의 공정률은 16.8%로 낙동강 전체의 공정률 32.3%의 절반에 불과하고, 47공구는 아예 공사를 발주하지도 않았다. 사실상의 태업(怠業)으로 4대 강 사업의 추진을 방해하겠다는 의도가 역력하다.

 경남도는 ‘도민의 피해’를 이유로 4대 강 사업을 반대한다면서, 이번에는 ‘도민의 생존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사업권을 내놓지 않겠다고 한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황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정작 도민들은 김 지사가 그토록 중시하는 ‘생존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4대 강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낙동강에 접한 10개 시·군은 한결같이 4대 강 사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남도는 법적 대응과 함께 준설공사의 일환인 농지 리모델링 사업의 취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4대 강 사업을 방해하기 위해서라면 농민들이 원하는 사업도 중단할 수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경남의 일부 단체와 민주당 경남도당은 이번 사업권 회수조치에 대해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근간을 무너뜨린 처사이자 도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도민의 뜻을 거스르는 도지사의 독단적인 행태야말로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정신을 훼손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경남도는 더 이상 공연한 억지로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도민들의 뜻을 따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