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은 끝나고 … 3대 리스크에 식은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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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올해 주식시장을 내다보는 증권사들의 눈높이가 싹 달라졌다. 불과 5일 전 코스피지수가 1970에 육박하자 낙관론이 득세하더니, 이젠 신중론이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비관론으로 180도 방향을 튼 것은 물론 아니다. ▶한국 정부의 외국 자본 유출입 규제 추진 ▶중국의 긴축 ▶아일랜드 위기 등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크고 작은 악재가 불거지면서 지나친 낙관론 경계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지난 11일 장 막판에 터진 외국인의 대량 매도 물량 폭탄 때문에 그날 하루에만 코스피 지수가 53.12포인트(2.7%) 급락한 것도 한몫했다. 이런 점들로 인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신데렐라(국내 주식시장)가 파티를 끝내고 고단한 현실로 돌아왔다’느니 ‘(증시가) 일시적 휴지기에 진입한다’는 등의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당장 코앞에 닥친 악재는 외국 자본 유출입 규제다. 이르면 이번 주 중에 정부가 외국인 채권 투자에 세금을 매기는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풀린 돈이 밀려드는 데 대해 방파제를 만들어 원화가치가 급등하는 것을 막겠다는 조치다.

하지만 이는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까지 계산해 한국 주식·채권 시장에 뛰어들려던 외국인들을 돌아서게 만들 수 있다. 증시 투자자들에게 결코 희소식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원화가치가 많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수출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는 의미여서 종합적인 증시 영향은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증권사들은 보고 있다.

 아일랜드 위기도 골칫거리다. 사실 아일랜드의 위기가 유럽 전체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일랜드의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치솟고 있지만, 독일·영국의 CDS 프리미엄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게 이런 점을 보여준다. 올 상반기 그리스 사태 때는 유로를 쓰는 유로존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에 거의 모든 유로존 국가의 CDS 프리미엄이 상승했다.

 정작 아일랜드의 문제는 헤지펀드들이 애용하는 조세피난처라는 데 있다. 아일랜드에 위기가 닥치면 헤지펀드들이 아일랜드를 통해 전 세계에 투자했던 자금을 거둬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관련 기사 보기

한국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일랜드는 올 들어 10월까지 국내 주식 약 2조15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며, 9월 말 현재 12조3000억원에 이르는 상장 주식을 갖고 있다. 미국(127조8300억원)·영국(38조원) 등에 이어 5위에 해당하는 보유 규모다. 아일랜드 위기에 환차익 매력 감소까지 겹치면 헤지펀드의 이탈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최윤곤 증권시장팀장은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계 자금은 국내 펀드보다 오히려 장기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들 투자 자금이 일시에 썰물을 이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물가 압력에 중국이 곧 금리를 다시 올릴 것이란 관측도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올 상반기에 중국이 은행들의 지급준비율만 올렸을 때도 국내 증시가 출렁했다. 그러나 당시는 기습적인 인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경제가 정상화를 밟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어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국내 증권사들은 보고 있다. 중국의 금리 인상은 또 금리차를 노린 외국계 자금을 끌어들여 중국은 물론 한국 같은 이웃나라의 통화 가치를 올리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이점도 있다.

 현대증권 오온수 연구원은 “일단 투자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양증권 김지형 연구위원은 “몇몇 달갑지 않은 뉴스들이 있지만 이미 알려진 것이고 증시를 뒤흔들 큰 악재도 아니다”며 “풀린 돈의 힘도 있어 조정을 받더라도 코스피지수가 1850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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