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병화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한계기업에 대한 보증 점진적으로 회수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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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기술보증기금이 대규모 보증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이미 풀려나간 보증 중 2조8000억원 이상을 점진적으로 회수해 장래성 있는 중소기업에 지원키로 했다.

 진병화(사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계기업에 대한 보증을 점진적으로 회수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2월부터 중소기업경쟁력 강화프로그램에 따라 새로 보증을 할 때는 경영개선계획을 받았다”며 “2년이 지나는 내년 2월부터 이행여부를 심사해 약속한 만큼 효과가 없다면 보증지원을 축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보는 지난 9월 말 현재 17조1568억원의 보증을 하고 있는데 이중 16.4%인 2조8133억원을 점진적인 회수·축소 대상으로 분류해 놓았다. 진 이사장은 “10년 이상 30억원 이상의 고액 보증을 받아간 기업의 경우 성장세가 떨어진다면 보증을 과감하게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보증을 받아간 기업에서 1.2%의 보증료를 받고 있지만 부실률 등을 감안할 때 기업들에 5% 정도의 보조금 혜택을 주고 있는 셈”이라며 “정책자금은 제한돼 있는 만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곳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보가 관심을 갖는 곳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지식기반 서비스업체, 문화 콘텐트업체, 녹색성장기업 등이다. 기보는 최근 종영된 드라마 ‘성균관스캔들’과 다음 달 초 방영될 ‘아테나(아이리스의 속편)’ 제작에도 보증지원을 했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유럽개발은행 이사, 국제금융센터장을 지낸 진 이사장은 국제금융 환경의 변화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보증을 4조5000억원이나 늘렸는데도 부실률은 4.9%(10월 말) 수준에서 안정돼 있다”며 “이는 저금리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외화가 국내 시장에 계속 유입되면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한계기업들이 바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급격한 외자 유출로 새로운 위기를 맞을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자생력이 없는 기업을 정리하는 것은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구조조정이 공기업 평가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 보증료 잘 내던 기업을 일부 버리고, 신생기업으로 고객층을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진 이사장은 “공기업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선 성장성과 관계없이 보증료 잘 내는 기업을 그대로 둬야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면 일자리를 만들 기업을 많이 키워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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