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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학생·교사·학부모 공동 인권조례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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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남도 교육청이 학생은 물론 교사·학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인권조례를 만든다. 국내에서 처음 추진되는 것인데 학생 지도 등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교사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가 학교와 협력하고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학생도 자신의 인권을 존중받으려면 교사와 다른 학생들의 교육권·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장만채 전남도 교육감은 3일 “학생의 인권은 반드시 존중돼야 하지만 그들만을 위한 인권은 무의미하다.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 학부모의 교육권·책무 등을 규정한 ‘교육공동체인권조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남도 교육청은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이 조례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남 도내 학교·학부모·시민단체·교수·법조계 인사 등 17명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지역별 공청회와 토론회·학생참여기획단 운영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자문위원회는 학생과 교사 등 영역별로 나뉘어 자료수집·연수·설문조사·법률적 검토 등을 거친 뒤 조례안을 만들 계획이다. 또 교직원과 전문직 10여 명으로 실무단을 구성해 세 주체가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보완하기로 했다.

 이 조례에는 체벌 금지를 포함해 ▶강제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금지 ▶두발과 복장 개성 존중, 두발 길이 규제 금지 ▶소지품 검사 때 학생 동의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 기본적으로 신체적 체벌은 반대하지만, 문제가 된 학생을 지도할 땐 학교와 학부모가 공동 보조를 취하게 된다. 부모의 동의를 받아 체벌이나 재교육, 상담 치료 등을 하거나 학부모가 학교의 교육적 조치에 따라야 한다는 게 골자다. 교육의 책임이 교사와 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학교 담장 안에서만 이뤄지던 교육 문제를 가정이나 사회에서 함께 고민하고 풀어 나가야 할 과제로 확대시킬 방침이다.

 다른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을 존중하는 규정도 눈에 띈다. 학생 인권조례와 체벌 전면 금지로 인해 일부 교육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크고 작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체벌을 금지한 서울에선 일부 학생이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반항을 하면서 통제 불능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며, 경기도에선 두발 규제나 소지품 검사 등을 거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 조례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학생 인권과 교권이 충돌하는 문제와 학부모의 책임·의무 등을 조례로 규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장만채 교육감은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 학부모의 학습권 등이 상충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안을 만들겠다”며 “학생의 진로·교육 등과 관련해 부모의 의사 결정이 중요한 만큼 가정과 사회가 총체적으로 협력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무안=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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