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인도 가서 사흘이나 머무는 뜻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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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대통령이 선택한 최초의 백악관 국빈 만찬 초청 정상은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였다. 오바마는 인도의 국기 색깔인 녹색으로 만찬장을 꾸며 놓고 인도 공용어인 힌두어까지 사용하며 싱 총리를 극진히 대접했다. 이번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 날 6일부터 사흘간 인도를 국빈 방문한다고 백악관이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오바마는 이어 자신이 유년 시절을 보냈던 인도네시아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한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국인 일본(12~13일)을 순방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벤 로즈 부보좌관은 “최초의 국빈 초청에 이어 아시아 민주주의 파트너 4개국 중 인도를 가장 먼저 방문하는 것까지 모두 향후 미국·인도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 다양한 행사를 연다. 다음 달 6일 뭄바이 도착 당일 곧바로 2008년 테러 사건의 현장인 타지마할 호텔에 투숙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대테러 의지를 새롭게 다지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간디 박물관 방문, 양국 상공인들의 ‘비즈니스 회의’ 참석, 현지 대학생들과의 타운홀 미팅 행사도 마련돼 있다. 이어 수도 뉴델리로 이동해 의회 연설 후 싱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방안과 대테러리즘 공조 등 국제적 현안들에 대해 합의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바마의 각별한 인도 중시 행보에는 아시아 지역 부상에 따른 대응인 동시에 중국에 대한 견제 성격이 포함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에선 위안화 환율 절상 문제와 희토류 수출 제한조치, 대이란 제재 공조 등을 놓고 중국과의 글로벌 협력이 여의치 않자 이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뉴욕 타임스(NYT)는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이 주요 이슈들에서 미국과 협력할 의사가 그다지 없는 것으로 보고,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을 구축하며 강경한 접근법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도 오바마 행정부의 한 관리가 “미국은 인도가 무역과 정치, 안보 등 다방면에서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오바마는 늘 인도를 지칭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인구가 많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표현해 왔다. 이번 인도 방문에서도 민주주의 가치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하며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역시 영토분쟁 중인 파키스탄을 비롯한 남아시아 국가들에 정치와 경제적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중국에 대해 우려를 표시해 왔다.

 이 같은 공통의 이해관계에 따라 첨단기술산업과 군수산업 등에 대한 양국 간 협력이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인도와 미국 언론들은 양국이 정상회담에서 약 80억~11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상용 항공기 및 전투기 부품 계약에 합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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