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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라운지] 비행기는 눈이 무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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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일부터 영동.영남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다. 이로 인해 이 지역을 오가는 항공기의 운항이 대부분 취소됐다. 활주로에 눈이 쌓여 이륙에 필요한 속도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항공기는 눈에 아주 민감하다. 조금만 눈이 내려도 항공정비사들은 비상이 걸린다. 눈이 날개를 얼어붙게 만들기 때문이다.

운항 중 방향을 바꿀 때 사용하는 보조날개가 얼어 작동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추락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항공기는 이륙할 때 날개의 아래.위쪽으로 흐르는 공기의 압력차를 이용해 뜬다. 이처럼 비행기를 뜨게 하는 힘을 양력이라고 한다. 그런데 날개 위에 눈이 쌓이면 공기 흐름을 방해해 충분한 양력을 얻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비행 직전에 정비사와 조종사는 기체 외부를 반드시 육안으로 확인한다.

항공기에 눈이 쌓이면 일단 제설기로 눈을 쓸어내고 방빙액(防氷液)을 뿌려 눈과 얼음을 제거한다. 이를 제빙작업이라고 한다. 제빙작업은 승객이 모두 탑승한 뒤 이륙하기 직전에 실시된다. 날개가 결빙될 틈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겨울철 눈 내리는 날 비행기 여행을 할 경우 승객들은 탑승 후 상당시간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여름철이라고 결빙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항공기는 1만m 내외의 고공을 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 항공기 외부 대기온도는 영하 50도 이하로 떨어진다. 비가 오거나 수분을 많이 품은 구름층을 통과하게 되면 엔진이나 날개 앞부분에 수분이 달라붙는다. 그리곤 곧장 언다. 그래서 대부분의 항공기는 비행중 주요 부분의 결빙을 방지하기 위한 특수장비들을 장착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엔진에서 나오는 고온의 공기를 날개에 뿌려주는 장치다. 눈보라 속에서 조종사의 시야를 확보해주는 장치도 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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