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회대 수석졸업 설지인씨 봉사·공부 두 토끼 잡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외교학은 고시용 과목이 아니라 전쟁과 평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입니다. 해외봉사도 전공도 제게는 모두 중요했죠."

지난해 필리핀.태국.이라크 등 5개국에서 해외자원봉사 활동 경험을 담은 책 '스무살, 희망의 세상을 말하다'를 펴내 화제가 됐던 서울대 외교학과 설지인(23.여)씨.

'해외자원봉사 대장'인 그가 25일 서울대 사회과학대를 수석으로 졸업한다. 또 영국의 옥스퍼드.케임브리지.런던대정경대(LSE) 등에서 동시에 석사과정 입학 허가를 얻었다. 설씨는 학과 공부와 봉사활동 두 가지를 모두 잘할 수 있었던 데 대해 "진정으로 전공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문제를 탐구하는 외교학이라는 학문과 국경 너머로 인류애를 펼치는 해외봉사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기아에 시달리는 제3세계 아이들의 사진을 보고 전쟁과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당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인 일본 여성 오가타 사다코(緖方貞子)가 국제정치학을 전공했다는 것을 알고 외교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대학 1년 여름방학 때 필리핀의 오지에서 고교 시절 내내 꿈꿔왔던 해외봉사활동을 펼쳤다.

설씨는 대학 4년 내내 방학은 국내외 봉사활동에 고스란히 바쳤고, 학기 중에는 해외로 봉사활동을 갈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과외지도와 영문 번역 등의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면서도 4년 학점 평균이 4.17점(4.3점 만점)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학술논문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15~17세기 유럽의 팽창과 지성사의 변화를 정신분석학을 통해 분석한 대학 졸업논문이었다.

외교학 외에도 서양사학과 철학에 관심이 있다는 설씨는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새벽까지 밀린 공부를 하는 일이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봉사활동 때의 사진을 보며 기운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 갈 때마다 맘고생하시던 부모님께 수석 졸업장이 작은 보답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오는 9월 영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에 아프리카 대륙에 꼭 한번 가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그는 요즘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유엔이나 국제구호단체의 인턴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천인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